자유학기제로 날다│⑮ 경남 창원시 명곡여자중학교
"학교생활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모의창업동아리서 번 돈 기부까지 … "학생·교사 모두 행복했던 시간"
"모의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커피랑 어묵, 떡볶이를 만들어 팔았는데 10만원을 진짜로 벌었어요"
"번 돈은 모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한테 기부했는데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아져요"
경남 창원시 명곡여중 2학년 학생들이 지난해 실시한 자유학기제를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2학년이 된 학생들은 자유학기제를 꿈, 쉼터, 지도, 꿈과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 거울 등 이라며 수많은 단어들을 쏟아냈다.
김보미 양은 "한 달에 서너 번 노인복지관이나 장애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아빠를 어렸을 때부터 따라다녔다. 이때 나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자유학기제를 거치면서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유(2학년 3반)양은 "평소 국민참여재판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유학기제 동안 법원체험을 하면서 판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부족하거나 아쉬움이 남는다며 자유학기제 이야기를 쏟아냈다. 꼭 해보고 싶었던 활동이 있었는데 동아리가 없었다며 투덜거리는 학생들. 학교생활은 즐거워서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학원에 가면 공부 스트레스를 '팍팍' 받는다며 힘들어했다.
지난해 2학기 자유학기제를 총괄 지휘한 이윤옥(인문사회)부장교사는 "자유학기제 초기에 일부 학부모나 학원에서 이해나 평가를 달리하거나 성적문제와 결합시켜서 생각한 것 같다"며 "창의, 진로, 행복한교실 등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지역사회에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부족한 이해도 아이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배드민턴이나 손 공예 같은 활동은 하찮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대학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특수한 악기를 배우거나, 학원비 안 들이고 배우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곡여중 학생과 교사들은 자유학기제 동안에 '재미와 보람, 불안감'이 공존했다고 말한다.
◆"기본교과 20시간 다 채웠다"= "수업방식이 바뀌어 재미있긴 했는데 진도가 빨라 따라가느라 좀 힘들었어요"
명곡여중 역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없다. 하지만 수업은 수업대로 진행했다. 명곡여중이 자유학기제 기간 중 공통과정인 기본교과(20시간)를 줄이지 않고 모두 끝낸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2016년을 대비한 절묘한 묘책이라는 게 참여교사들의 설명이다.
기본교과 과정은 교사들의 연구노력 결과로 기존 수업방식에서 크게 변화된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자세부터 달라졌다. 인성교육부 생활지도를 맡은 강상규 교사는 "예체능 시간에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다"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새로운 수업방식을 연구해 계속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화된 수업시간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변화된 수업은 아이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수학시간에는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분포의 도포분포 표를 그리고, 인구 문제 대책까지 만들어냈다. '곰 세 마리'곡을 개사해 '출산장려송'을 만들어 유포했다.
영어시간에는 친구가 고민을 말하면 영어로 받아쓰거나, 스스로 샌드위치 영어레시피를 만들어 발표수업을 했다.
동아리나 체험활동은 철저히 학생중심으로 구성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행복한 자유학기제를 고민했다. 오후시간에는 예체능과 진로탐색, 선택프로그램, 동아리활동, 진로 인성교육으로 자유학기제 본질적 목표와 취지를 살려나갔다.
학교 밖으로 나간 학생들은 지역사회 도움으로 진로체험활동을 마치고 체험보고서를 작성했다.
김해 문화의 전당을 찾은 학생들은 초단편 영화제작, 나만의 음악방송 만들기, TV연기교실에서 꿈과 끼를 찾았다. 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바다를 품는 꿈을 꾸며 플랑크톤을 채집해 관찰일기를 썼다. 창원지방법원, 경남지방경찰청, 창원대학교, 경남요리제과제빵학원 등을 찾아 미래 직업에 대한 꿈을 현실로 바꾸는 설계도를 그렸다.
학부모와 교육청에서 제공한 재능기부도 적극 활용해 학생들의 성취의욕을 높여나갔다.
창원시 팔용동에서 '쁘띠공방'을 운영하는 박정민(44·김가희 학생 어머니)씨는 "선생님 권유로 자유학기제 운영에 참여했는데,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들 눈빛을 보고 행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의상학을 전공한 박씨는 동아리활동 강사로 참여해 옷이나 가방 머리핀 등 홈패션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다. 박씨는 "딸이 매우 좋아했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들이 수업방식 변화에 따른 만족감이나 다양한 체험활동이 아이들 학교생활에 만족감을 높인 것 같다"며 "부모들도 학교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고, 모든 학년에(자유학기제)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를 마친 학생들이 2학년으로 진학 후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수업방안은 숙제로 남아있다. 1학년 2학기를 마친 아이들은 2학년이 되자 '수업스트레스가 도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업방식과 평가방식이 자유학기제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이윤옥 부장교사는 "다양한 연수와 교사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 교사의 업무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자유학기제가 최소의 비용을 들여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체험 장소 확보나 재능기부, 교육부 차원의 대국민홍보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곡여중은 = 2013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건의 학교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학폭운영위원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학교생활이 재미있고 행복한데 누굴 괴롭히고 왕따 시키고 할 이유가 없다는 게 학생들 생각이다.
명곡여중은 2005년에 문을 열었다. 현재 총 11학급 333명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비오면 실내에서 체육수업을 할 수 있는 강당도, 운동장도 없지만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인 민주시민 육성'을 향해서는 모두가 한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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