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⑨ 경북 포항제철중학교
"교사들이 수업 방식 바꾸니 아이들 자기방법으로 공부"
"암기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생각할 수 있게 됐고, 질문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있게 발표하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2학년 17반 조윤정)
"학생들의 변화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의 수업방식이 바뀌는 모습을 느낄 수 있어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답니다." (2학년 10반 원지희)
"선생님들이 질문에 자세하게 답변해 주셔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또 학생들의 적극적 자세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자유학기제의 큰 강점이라 생각해요." (2학년 11반 이민희)
자유학기제가 학교 현장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 수업이 달라지니 아이들이 변하고, 아이들이 바뀌니 교사와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있다.
포항제철중학교 방순길 교무부장 교사는 "교사들로서는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자유학기제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엔 누구 하나 이견이 없었다"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실수업개선동아리를 만들어 전국의 자유학기제 우수학교나 경기도 혁신학교를 돌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학기제 전에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는데, 바꿀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교사들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학교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바로 아이들. 이는 곧 '자기방법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노정은 교감은 "변화를 꾀하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들어오면 애들 반응이 다르다"며 "아이들이 자신에 맞는 수업인지를 정확히 구별할 만큼 판단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하지 않은 교사 수업에는 아이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며 "자유학기제로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교장·교감·교사 마음가짐 중요 = 보수적 학교현장에 '변혁'이라고 일컬을 만한 자유학기제 성패 여부는 역시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노 교감은 "학교가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정점에 자유학기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수적인 교육계가 나아가느냐 정체하느냐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방 교사는 "교장과 교감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데, 지시만 하는 관리자들은 절대 학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낮은 자세로 교사들에게 손수 모범을 보일 때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동기부여가 안 된 상태에서 주입식 시험의 중압감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지금 하는 공부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회의한다는 데 있다"며 "수업개선과 진로탐색을 키워드로 하는 자유학기제가 현재로서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어주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중심수업으로의 변화는 교사들을 연구하게 하고, 서로 대화하게 만들고 있다. 교사와 학생 간에도 대화와 상담은 필수적이다. 노 교감은 "수업개선은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접점을 찾아가야 가능한 것"이라며 "변화를 수용하는 데 인색한 교육계에 오랜만에 자유학기제라는 좋은 제도가 생겨 수업개선의 커다란 전환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체험위주의 활동은 학교와 학교, 학교와 지역사회 간 소통의 기회도 마련해 주고 있다. 방 교사는 "올해처럼 다른 학교를 많이 다니고, 교사들끼리 만나고, 지역사회를 접한 때가 없었다"며 "자유학기제를 맞아 학교와 지역 간 협력이 가능해졌고, 포항지역의 교육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수업 주도권 학생에게 돌려주기 = 2학년 1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한 포항제철중학교는 지난해 7월 후기 워크숍을 열어 구성원 평가를 모았다.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생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즐거워했다는 점 △교사가 수업 아이디어를 내 직접 실행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좋은 점으로 꼽았다.
반면 교과서 진도를 다 못 나갔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주입식 대신 토론식, 융합식 수업을 한 까닭이었다. 교사들에게 업무 부담이 과중했다는 점도 개선과제로 올랐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계속돼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포항제철중학교가 말하는 자유학기제의 궁극적 방향은 바로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기자 하는 것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문제해결력 갖춘 학생 만들자 △진로나 탐색과정 스스로 개척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의 역할을 재조정해야 했다. 그중 하나로 교사는 티칭뿐 아니라 코칭을 해야 한다는 것.
노 교감은 "소통과 상담이 크게 중요해졌다"며 "학생 대 교사뿐 아니라 교사 대 교사, 학교 대 학교, 나아가 학교 대 사회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학력저하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를 불식하는 것은 역시 진정성이었다.
2학년 15반 이지혜 양의 어머니는 "지혜가 방송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허황된 꿈만 같아 말리기만 했다"며 "하지만 '나의 롤 모델' 프로그램에서 지혜가 직접 동영상과 사진자료를 준비해 자신의 미래직업의 구체적 모습과 활동을 발표했을 때엔 반대만 한 나 자신을 많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교과목에 대한 과제물을 기계적으로 해 갈 때와는 다르게 능동적으로 과제물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한층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려면 교과목의 성적이 얼마만큼 뒷받침돼야 하는지 깨닫고 성적을 올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이에 대해 모르는 점이 참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노 교감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교사가 진정성을 갖고 학부모를 대할 때 학력저하 우려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중학교 = 포항제철중학교는 경상북도 포항시 지곡동에 위치한 학교로, 총 51학급 1713명의 학생과 95명의 지도교사가 생활하고 있다. POSCO교육재단 소속으로 37년의 역사를 가진 포철중은 축구부와 야구부, 체조부등 다양한 체육활동이 왕성하다. 전국대회 야구경기와 출구경기를 할 수 있는 최고급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다. 포철중 축구부는 전국대회 우승컵도 여러 차례 들어올렸다.
학부모 80~90%가 포스코나 포스텍 등에 근무한다. 명문중학교로 이름 나 인근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교다. 대규모 학교라 교감과 각 부서 부장교사들이 두 명씩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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