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⑥ 충북 괴산오성중학교

"열린 수업의 발표와 토론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알게 됐죠"

2014-12-30 00:00:01 게재

"선생님의 설명만 이어지던 1학기 수업과 달리 모둠별로 발표와 토론 위주의 자기주도적 수업이 되면서 더 많은 내용이 기억에 남고, 집중도도 높아졌어요.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는 수업이 되면서 전반적인 교실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죠."

카이스트를 방문한 미래과학의 꿈나무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로봇제작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괴산오성중학교 제공


괴산오성중학교 1학년 2반 지승연 양은 자유학기제 덕분에 달라진 수업을 가장 맘에 든다고 했다. 지루함 대신에 흥미와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

승연 양은 또 "체험활동이 늘어나서 다양한 것을 알게 된 동시에 진로체험의 기회, 특기적성을 알아보는 시간, 학업 스트레스에서의 해방된 것이 자유학기제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체험활동을 하면서 내가 이 활동과 내 적성과 맞는지 판단할 수 있었고 내 특기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어 진로를 꿈 꿀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 안혜경 연구부장교사는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졌다"며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해방됐다는 점, 선생님과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 자기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배추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는 '농심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괴산오성중학교 제공


◆교실수업 개선에 초점 = 괴산오성중학교는 올해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2년차를 맞아 다양한 체험활동보다 교실수업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손진철 교장은 "토론과 협력, 융합 등 다양한 교실수업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느껴왔던 것이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면서 학교 역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수업 모델을 실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업개선을 위해서는 학생 참여형 학습 과정안을 만드는 게 우선. 괴산오산중학교는 △핵심성취기준 중심의 교과 교육과정 재구성 △협력학습과 토론학습을 통한 학생참여형 수업 실시 △프로젝트 수업으로 사고력 향상 △교과체험학습을 통한 생생교육 △융합수업을 통한 창의력 제고 등의 단계를 거쳤다.

안혜경 교사는 "활동중심수업이 늘면서 수업마다 교사들의 꼼꼼한 준비가 필요했다"며 "아이들의 수업참여도가 높아지고 학습내용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지면서, 교사들의 수고가 씻은듯 사라졌다"고 말했다.

농촌의 소규모 학교라는 이점도 톡톡히 맛봤다. 자유학기제 선택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1학년 2개학급을 3개로 나눠 운영했다. 교사 1명당 17명의 아이들을 책임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보다 적시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 손 교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현장체험을 통해 미래의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는 점은 돈으로 사기 어려운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해양체험센터를 방문한 학생들이 독도도미노게임을 통해 '해양과학의 미래'를 배우고 있다. 사진 괴산오성중학교 제공


◆"학력 저하는 섣부른 판단" =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하는 전국의 다른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괴산오성중학교 학부모들 사이에도 자유학기제로 인한 학력저하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손 교장은 "자유학기제로 인해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아직까지 좋다 나쁘다 말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며 "학습은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한데, 자유학기제는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은 학원에서 바짝 주입식 교육하면 성적이 오르곤 한다"며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성적이 궁금하겠지만, 조급하게 보는 대신 길고 멀리 내다봐야 아이들의 학업성취 역시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학교와 수업이 즐거워야 하고, 친구와 선생님이 좋아야 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자유학기제는 그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장기적으로 학업성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학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데는 교사들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 손 교장은 "자유학기제가 교육과정의 혁명에 가까운 파격이기 때문에 교사들로서는 기존 것을 완전히 깨뜨려야 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하지만 교사들이 거부와 외면 대신 새로움을 위한 통과의례로 여기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고 고마워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열정은 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만족도로 돌아왔다. 손 교장은 "첫해인 지난해 자유학기제 만족도가 전국 평균 이상으로 높게 나왔는데, 올해의 경우 더 높게 나올 것 같다"며 "지난해엔 자유학기제 성공에 대해 학교 전체적으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올해엔 한번 해볼 만한 제도라는 기대감이 퍼졌다"고 말했다.

■괴산오성중학교 = 괴산오성중학교는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 위치한 기숙형 공립중학교다. 2013년 감물, 목도, 장연 3개의 소규모 중학교를 통폐합해 설립됐다. 창의적이고 건전한 인격체를 기르는 창의 인성교육을 실현학고 학생들의 내재된 꿈과 끼를 발현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배움에 큰 효과를 이루는 교육공동체다. 지난해부터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며 모든 교사가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실현하기 위해 교실수업 개선 및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와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사회 속에서 더불어 성장하고 있다. 개교 첫 해인 2013학년도 행복교육박람회에 참여해 교육부장관표창을, 올해 자유학기제 우수학교로 선정돼 교육장관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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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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