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④ 인천 부평여자중학교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춤춘다"

2014-12-23 00:00:01 게재

교권침해로 명예퇴직 고민 교사들, 수업분위기 달라져 대만족

"소각장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태워지는 모습을 직접 보았는데,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놀랐어요. 엄청나게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위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평여중 1학년 학생들이 '이야기 창작하기' 수업시간에 작문 주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사진 부평여중 제공


인천 부평여중 1학년 7반 이슬비 양은 과학 주제탐구활동 중 하나로 광명자원회수시설에 간 때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교과서로만 배웠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문제이지만, 자유학기제 이후 도입된 체험활동 중심의 자기주도학습 덕분에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뿐만 아니다. 쓰레기를 소각할 때와 매립할 때를 비교해 각각의 장단점을 알게 됐고, 자기 동네에 혐오시설을 들이지 않으려는 '님비증후군'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

6반 최가은 양도 자유학기제에 흠뻑 빠지긴 마찬가지다. 폐광산이었다가 관광지로 변모한 '광명 가학 광산동굴'로 체험학습을 다녀온 가은 양은 "도심에 살면서 자연체험을 하기 어려웠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동굴로 체험학습을 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기대한 만큼 동굴 안은 신기하고 예쁜 조명들로 꾸며져 있어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에 흠뻑 빠진 아이들 = 현장체험 위주 수업에다 시험 부담을 덜 수 있는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에게만 인기를 끄는 아니다. 아이들과의 관계 개선을 눈으로 확인한 교사들 역시 자유학기제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동아리활동 시간에 사군자를 그리고 있는 학생들. 사진 부평여중 제공


이 학교 김기배 교장은 "아이들과의 관계 설정에 애를 먹어 명예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몇몇 교사들이 있있는데,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등 수업 분위기가 달라지자 마음을 고쳐먹고 있다"며 "기존 수업 방식을 바꿔야하는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교사들이 자유학기제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학교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교사들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치유를 받고 있는 셈"이라며 "최근 인천 지역 교사들의 명예퇴직 신청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도 자유학기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역 내 파다하다"고 전했다.

변화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12월의 교실이다. 예년의 경우 기말고사가 끝난 12월은 아이들 통제가 극히 어려운 시기였다. 방학에 들뜬 아이들이 수업이나 교사의 말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올해 겨울,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의 동아리활동을 마무리하는 발표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 교장은 "예전 같으면 학생들 통제하는 데 정신없을 때지만, 지금은 발표회 때 필요한 이런저런 학생들의 주문을 맞춰주는 데 바쁘다"며 "가야금과 난타 기타 치어리딩 탈춤 등 각자의 동아리활동을 완성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아이들이 무척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공문숙 부장교사는 "다른 분야와 달리 교육은 속성상 매우 보수적인데,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한꺼번에 바꿀 자유학기제가 서서히 정착되고 있다"며 "시행 1년차인 지난해엔 '금세 없어질 정책 아니냐'는 교사들의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변할지 전혀 몰랐다'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된 방향이다'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강사의 박자에 맞춰 각자의 사물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 부평여중 제공


◆수업 바꿔 자발성 이끌어내 =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한 가지는 바로 아이들의 발표능력이다. 발표의 생활화가 이뤄진 것으로, 자유학기제의 효과 중 하나다. 김 교장은 "교육청에서 자유학기제 수업컨설팅을 오면 꼭 하는 말이 '아이들이 어쩜 이리 발표를 잘하냐'는 것"이라며 "직접 느끼고 본 것을 발표하고, 이를 또래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기 의사를 가감없이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 변화에는 현장교사들의 부단한 수업개선 노력이 있었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아이들과 주고받는 토론수업, 탐구수업,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 교장은 "자유학기제 근본취지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아이들의 끼와 적성을 살리자는 것인데,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교사들의 수업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며 "자유학기제의 성공 여부는 결국 교사들이 얼마나 수업 방식을 바꿔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개선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력저하에 대한 학부모 우려가 첫 번째다. 이에 김 교장은 "몇점 몇점 성적표에 익숙한 학부모들이 아이가 학교 가서 무엇을 하고 오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전 수행평가와 오후 동아리활동, 선택교과 등 3부분으로 나눠 아이들의 활동을 장점 중심으로 서술한 통지표를 나눠주고 있는데 호응도가 높다.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없애주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2016년 자유학기제 전면실시 이후 정부 지원이 끊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은 외부 현장체험이나 외부강사 특강의 경우 정부 지원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교육기부 활성화 등 현장체험 인프라 강화와 기존 교사들의 능력 제고이지만, 단기간에 채근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김 교장은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는 2016년이 정책의 운명을 가를 시점"이라며 "지금부터 전 사회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평여자중학교 = 1970년 개교한 부평의 유서 깊은 공립여자중학교다. 22학급 624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깊은 생각 바른 생활'이 교훈이고, 은행나무가 교목, 개나리가 교화다.

'꿈과 끼, 실력이 영그는 즐겁고 행복한 배움터'를 교육목표로 삼아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바른 인성을 기르며 함께 우정을 가꾸는 데 힘쓰는 학생 △자기의 적성과 특성을 찾아 세계화에 적응하는 창의적인 학생 △스스로 자신을 계발하는 자기주도적인 학생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건강하며 긍정적 시각을 갖고 노력하는 학생을 인재상으로 제시하며 교육하고 있다.

올해 창의인성 교육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교육부 선정 '100대 교육과정 학교'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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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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