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⑭ 경기도 평택시 세교중학교
"영어와 미술 융합수업, 공부재미가 두배"
진로독서·진로동아리에 집중… 세교중만의 모델 구축
"국어와 도덕, 영어와 미술, 역사와 체육음악 등을 연결하는 수업은 생소했어요. 그런데 재미있기도 하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지난해 1학기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이소연(16. 3학년9반) 양의 말이다. 이 양은 "어렸을 때부터 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항상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연계수업(블록타임제)을 통해 내 꿈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세교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다. 2016년 전면시행에 따라 세교중학교만의 모델을 미리 준비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2001년 개교한 세교중학교는 주변 인프라도 타 학교보다 훨씬 열악하다. 1학기에 시행할 프로그램을 두 달 만에 마련해야 했다. 나열식 체험프로그램보다 진로독서와 진로동아리 프로그램을 선택해 집중하기로 했다.
새교중학교 유진국 교감은 "전 교사들이 참여하는 교육과정 대토론회를 열고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자유학기제 운영의 핵심을 교과수업혁신, 평가혁신, 진로 동아리, 진로독서 프로그램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세교중만의 자유학기제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세교중만의 자유학기제 모델 구축 = 진로에 대해 특별히 고민을 하지 않았던 강 철(16. 3학년9반)군은 "독서동아리에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거나, 소설을 대본으로 각색해 분장과 연극발표까지 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강 군은 연극이나 성우, 연기에 관심이 많아 뮤지컬반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현재 학교 방송부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본인 스스로 연극이나 배우에 끼가 있다고 결단을 내린 상태다. 조만간 부모님들과 깊은 진로상담을 해볼 생각이다. 자유학기제에 대해 강 군은 "나에게는 기회의 시간이었다"며,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결정하고 동아리활동에 참여하라"고 후배들에게 권했다.
세교중학교 자유학기제 진로독서 활동은 단순히 책만 읽고 끝나는 게 아니다. 독서와 관련된 다양한 표현활동으로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고, 선도자들의 삶을 간접체험하게 한 후 진로의식을 갖는 게 동아리활동 목적이다.
그래서 독서프로그램 동아리를 7개나 만들었다. 국어 과학 도덕 수학 체육 등 다양한 과목을 접목했다.
아이들은 '자전거도둑'(박완서)을 읽고 난 후, 주인공의 행동을 자세히 파악하고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다. 또한 주인공 수남이의 행동에 찬반토론을 하거나 모의재판을 통해 주인공의 행동이 정당한지 판단하게 된다. 독서 동아리 '책속에 과학이'에서는 '시크릿 스페이스'를 읽고 생활 속 물건들에 숨겨진 원리를 이해하며 발명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샬롯의 거미줄'을 읽은 아이들은 소설을 만화로 그렸고, '지구 구출 대작전' 동아리반 아이들은 환경포스터를 그렸다. '나쁜초콜릿'을 읽은 아이들은 모둠활동에서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느꼈다.
수업에 대한 참여도도 높아졌다. 학생과 부모 간 대화가 크게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학교폭력이나 왕따도 줄어들었다. 3학년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거쳐 올라온 학생들은 기존 3학년보다 의젓하고 속이 꽉 찬 것 같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거나 벌점을 주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수업혁신으로 인해 수업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교중학교 자유학기제 교무기획부장인 이문희 교사는 "평택은 최근까지 고입시험 중심의 수업을 진행한 지역으로, 책 읽을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며 "매주 수요일(3시간씩)을 학교나 학원 숙제에 시달려온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책 읽는 힘을 기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업내용을 진로체험과 연결시키는 '융합교과과정'은 아이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문희 교사는 "영어수업을 하면서 엔디워홀의 이야기에서 무엇을 끌어낼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지우개달린 연필이나 발명가 등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내 미래 진로문제와 접목해 고민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학생중심 수업, 부족한 교사 예산 해결해야 = 자유학기제를 마친 세교중학교 교사들은 "힘은 들었지만 보람이 있는 한 학기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이러한 높은 만족도와 행복감이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지난해 시행한 프로그램을 올해 적용한다 하더라도 부족한 교사나 예산은 내부에서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세교중학교의 경우 체육관 시설이 없어 체육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에서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 시에서 이미 확보한 예산 7000여만원도 도로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타 중학교처럼 가까운 곳에 지자체나 기관시설이 없다. 체험학습을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 쉽게 결정하기도 어렵다.
이문희 교사는 "선진국은 주변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이동하다가 시간 다 보낸다. 정부에서는 체육활동시간 늘리라고 하지만 좁은 운동장, 체육관도 없는 열악한 학교시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그럼에도 아이들은 지난해 1학기동안 '어떻게'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며 "창의, 협력, 결과물을 앞에 두고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지''어떻게 더 협력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내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진로 동아리 한 개 반 인원이 40명인데 40명씩으로 운영하는 것은 교육효과도 없고 불가능하다는 게 교사들의 주장이다. 결국 학급이 11개 반(40명)이니깐 동아리 활동을 20명씩으로 나누면 교사가 22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유진국 교감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를 마치고 일반학기로 전환된 경우에도 자유학기제 프로그램과 수업방식이 지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자유학기제 정착을 위해 지역사회와 정부, 학부모가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시 세교중학교는 = 2001년 3월 문을 열었다. 올 2월 12회 졸업생까지 5 0 1 4 명이 졸업했다 . 'happy 세교중'을 교육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교훈은 정직 질서 창의다.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세계인 육성 을 교육지표로 삼고 있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와 교사를 교육공동체 상(像)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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