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⑫ 울산 신언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바꿔주세요"
학부모 "아이 스스로 공부 필요성 느껴" … 학교폭력 줄어드는 1석2조 효과
"저 자유학기제 하면서 코피 쏟았어요. 다른 중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자유학기제가 편하게 놀고먹는 줄 아는데, 매일이 시험같았습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서 선택한 과목들이라 신나고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우강민(울산 언양 신언중 3)군의 말이다. 'IT 컨설턴트'가 꿈인 우 군은 작년 2학년 1학기가 중학교 생활 중 '최고'라고 말했다.
화요일에는 교과연계프로그램인 창의과학실험반 동아리에서, 수요일에는 예체능 프로그램인 방송미디어 예술반에서 한 학기를 보냈다. 친구들이 자유학기제 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UCC(User Created Contents)동영상을 직접 제작했다. 이 동영상은 학교 심사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다른 반 아이들과 밤늦게까지 토론하면서 코피도 흘렸지만 공부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우 군은 "1학년에서 배운 것은 다 까먹고 생각도 잘 나지 않는데, 자유학기제 기간(2학년 1학기)에 공부한 것은 기억이 생생하고 2학기 공부에 큰 도움이 됐어요"라며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박재용(언양중 3)군은 "작년 2학년 1학기동안 '팝핀댄스'와 농구동아리 '슬램덩크'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정말 기분이 최고였어요" 박 군은 1학년 때 부산에서 전학을 왔다. 왕따나 친구사귀기에 대한 두려움은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오히려 자유학기제를 통해 성격이 더 활발해졌다. 덕분에 올해 학생회장에 당선됐다며 기뻐했다.
박 군은 "창의적인 일에 관심이 많다. 광고 만드는 일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직업으로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복도에서 만난 3학년 아이들은 "언놈이 자유학기제를 놀고먹는다 하노?"라며 웃었다.
◆"전국 자유학기제 장점만 연구"=신언중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 노력과 학부모들의 긍정적인 참여 덕분이다. 신언중이 자유학기제 희망학교로 확정되자 교사들의 한숨도 함께 터져 나왔다. 2013년도에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인근 학교 교사들의 '힘들다'는 반응이 전해지면서다. 교직원들은 업무에 부하가 걸렸고 지쳐서 쓰러지기도 했다.
김백수(47. 신언중 자유학기제 학년부장)교사는 "김홍길 교장과 원성자 교감이 나서 교사들을 설득했고 전국에서 시행한 자유학기제 장점만 추려서 연구했다"며 "철저한 연구와 실태조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수차례에 걸친 연수와 워크숍 등을 통해 신언중학교에 맞는 자유학기제 설계도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국어 영어 수리 사회교육부의 교무조직을 개편하거나 신설했다. 수학여행 기간 중 하루는 '잡 월드' 진로체험을 운영해 자유학기제가 일반 학교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준비했다.
교수학습방법 개선, 프로그램 학생선택제 등이 자리를 잡아가며 교사들의 부정적인 시각도 점차 사라졌다. 교사연구동아리가 탄력을 받으며 신언중학교(2학년 216명) 자유학기제는 '학생-학부모-교사'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냈다. 그 결과 수업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학년 학부모 대표를 맡은 강은경(42. 울산 언양)씨는 "가장 큰 수확은 딸(연우)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됐고, 딸이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연우가 자유학기제를 마치고나서 학과 실력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연우는 적성연계 프로그램인 '꿈꾸는 파티쉐'에 참여하면서 제빵 장인정신에 대해 깊게 파고들었다. 겨울방학에는 전문가를 만나 강의를 듣고 체험하느라 서울까지 다녔다.
강 씨는 아이들 직업체험에 두 번이나 참여했다. "부모들이 자식의 새로운 모습을 알거나 대화에 큰 도움이 됐다"며 "직업체험 동아리 12명 또래들이 한 명도 탈락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 마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자원 최대한 활용"= 신언중학교는 지역사회 자원을 자유학기제에 최대한 활용했다. 원 교감은 "정부 예산만 기다릴 수 없었다. 지역사회 기관장과 단체장을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교육재능기부를 통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수준을 높여나갔다"고 말했다.
울산과학기술대학, 지자체 경찰서 보건소 등 지역 공공기관, 금융기관, 승마장 수영장 재래시장 도축장까지 진로탐색체험이나 적성연계 프로그램으로 활용했다. 울산산업고의 '교기'인 펜싱도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활용했다. 교과연계 선택 프로그램, 예체능 프로그램, 진로탐색 등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체험한 프로그램은 모두 30여개가 넘는다.
원 교감은 "자유학기제는 교사들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됐고 수업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신언중은 선진형 교과교실제 운영, 자유학기제 희망학교,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학생중심 수업 학교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학생과 교사 모두 행복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울산광역시교육청 김영민 장학사는 "울산지역 자유학기제 모델은 사실상 신언중학교라 보면 된다. 울산시교육청 자유학기제 홍보내용 절반이상이 신언중학교 활동사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일석이조 효과도 누렸다.
원 교감은 "수업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밖에 나가 왕따나 폭력에 노출된다. 그래서 수업에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는 게 신언중학교 자유학기제 목표"라고 말했다. 반 개념이 없어지고 학년 전체가 강한 소속감으로 무장하며 친해졌다는 게 울산시교육청의 평가다. 결과는 2013년에 비해 자유학기제가 실시된 2014년도에는 학교폭력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맘에 들지 않는 또래를 팀에 넣어주지 않으려 하는데, 교사들이 나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조를 짜기 위해 아이들과 토론하거나 설득해 나갔다.
신언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성과를 길게 내다봤다. 자유학기제를 계기로 획일적이고 경직된 입시위주 경쟁교육 틀을 개선하고자 했다. 다양하고 지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기틀을 세우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학기제 목적도 '꿈씨앗 심기' '꿈 싹 틔우기' '꿈나무 키우기'로 정했다. 자유학기제를 마친 학생들은 설문조사에서 수업방법과 진로탐색 활동 만족도를 각각 70.3%, 61.7%라고 답했다. 학부모들도 92.9%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원 교감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행복한 삶을 설계하도록 자질과 바탕을 길러주려 한다"며 "당장의 성과보다 한 한기 동안 배우고 느낀 것들을 교육과정 전반에 녹아들 수 있도록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광역시 신언중학교 = 1967년 개교해 2011년 울주군 언양으로 이전했다. 전교생은 619명으로 지난해 자유학기제 연구학교가 됐다. 학교교육 목표는 인성도 으뜸, 학력도 으뜸, 울산서부권 중심의 모델학교 육성이다. 5대 추진 역점 과제로 △교과별 행복수업 모형개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인성교육 △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 △문화예술 체육, 스마트 교과융합교육 △학생 교사 학부모 공동체 발전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교육부와 울산시교육청에 받은 표창과 우수학교 선정이 16개나 된다. 학생들과 함께 옥상에 텃밭을 가꾸며 삼겹살 파티를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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