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로 날다│⑬ 광주광역시 비아중학교

"기대치 높아진 아이들, 수업방식 변화 요구 커"

2015-03-12 14:21:09 게재

교사들의 변화가 자유학기제 성패 좌우 … 한명이 3개반 체험하며 자기성찰에 집중

"교과서에서 배우지 않았던 역사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어요" "지난간 과거로만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네요. 역사를 통해 미래 제 삶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자유학기제 기간에 목공예 체험을 하고 있는 비아중 학생들.


지난해 2학년 2학기 자유학기제를 마친 최영락(16. 광주광역시 비아중학교 3학년2반)군의 말이다.

광주광역시 비아중학교는 자육학기제 희망학교다. 어차피 2016년이면 전국 중학교에서 전면 실시하게 돼 미리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한발 앞서 자유학기제를 희망했다.

한 학기를 시험도 없는 '자유스런 기간'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박하진 교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자유학기제 직무연수를 마쳤다.

비아중학교 학생들이 자유학기제에서 미술동아리반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비아중학교 제공


졸지에 희망학교에서 연구학교로 변했다. 교사들의 부담은 배로 커졌다. 2학기에 시행할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한 학기 동안에 모두 만들어내야 했다. 결과 선택교과반 11개, 동아리반 12개를 만들었다. 학생 한명이 3개 동아리반과 선택교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부족한 예산과 전문성은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해결했다. 기형훈 교감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질 높은 교육과정을 편성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수업방식 변화에 대해 서서히 만족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창훈(45. 교육연구부장)교사는 "아이들이 좋아서 스스로 선택한 과목인데 잠을 자거나 엉뚱한 짓을 하는 학생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 자유학기제를 통해 미래를 보다= 최영락 군은 "역사와 이야기하기 동아리 활동 중 '내가(우리가) 원하는 사회형태'를 정리하는 과제를 하면서 미래에 어떤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진로탐색반에서 정신분석 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를 미래 직업으로 선택해야겠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올해 자유학기제를 경험하게 될 후배들에게는 "자유학기제를 '자유'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잘 찾아내는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철학관련 책을 많이 읽고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임기섭(교무부장)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이렇게 저렇게 운영하라는 교육부 지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수업부터 평가까지 기존 교육방식을 모두 개선했다. 짧은 준비기간이지만 교사들이 퇴근 안하고 연구하고 토론한 결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말했다. 학생참여 수업으로 전환하자 질문이 쏟아졌다.


강윤아(16. 3학년 5반)양은 비아중 육상선수다. 키도 큰데다 미모까지 뛰어나 부러움의 대상이다. 강 양은 평소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군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자유학기제 동안에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았다고 말했다.

강 양은 "자아탐색반 활동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진로문제를 추상적으로만 생각한 것 같았는데 구체적으로 체계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미래 직업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 양의 꿈은 유엔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다. 특히 "일본과 한국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한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익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자유학기제 기간에 발견했다. 그래서 틈틈이 그림그리기에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 체육활동에 관심이 많은 강 양은 "그늘을 찾아 화장만 하던 아이들이 자유학기제에서 피구나 몸을 쓰는 적극적인 활동을 하면서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맺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는 새로운 교육과정 시작= "자유학기제를 마쳤다고 교사 활동이 끝난 것이 아니다"

기형훈 교감은 "교사들의 변화가 자유학기제 성패를 좌우한다"며 "올해 시행한 자유학기제를 위해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아중학교는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교과운영을 했다. 아이들 스스로 질문하고 정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교육학습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인 사건을 찾아 토론하고 고민하게 했다. 비아중학교만의 공간도 설계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환경 건강 안전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창훈교사(역사와 이야기하기 선택교과 수업)는 "자유학기제를 진행하면서 각 학교의 상(像)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매력을 느꼈다. 이는 획일화된 수업방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학기제 주제를 '나 그리고 세계'로 잡은 이유도 동아리나 선택과목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교사들은 "요즘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세상알기에 소흘하다" 며 "막연하게 진로체험 한 두 번 한다고 미래 직업이나 인생관이 확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아중 교사들은 자유학기제가 끝났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지 않는다. 2학년 2학기 활동을 3학년 수업에 어떻게 접목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토론한다. 이 창훈 교사는 "이미 아이들은 자유학기제를 통해서 수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눈높이가 높아졌다. 기대치가 엄청 높아져서 기존 수업방식으로는 안된다."며 "나머지는 교사들의 몫이다. 더 연구하고 변화된 수업과 교육과정 개편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비아중 교사들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교와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재구성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마치고 교사들과 토론을 하고 있는 학생들.


◆자유학기제 성공여부는 사회관심과 참여=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생 부모 만족도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교육의 방향키를 제시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 폄하하기도 한다.

비아중 자유학기제를 지켜본 김미연( 최영락 어머니)씨는 "가장 큰 장점은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할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경쟁구도가 아닌 진짜 친구관계를 맺거나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학기 변화된 수업으로 모든 것 다 담을 수 는 없을 것이라는 게 김 씨의 생각이다.

김 씨는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나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로 삼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하진 교장은 "자유학기제를 마친 학생들이 3학년에 올라가도 연계가 가능하도록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비아중학교 = 탐진 최씨 문중에서 1950년에 설립한 '학교법인 무양서원' 중학교다. 지난해 7월 제 10대 이사장에 최성희 이사장이 취임했다. 대부분 사립학교가 중·고교를 함께 운영하지만 이 재단은 중학교만 설립했다. 비아중은 전인교육 추진, 교원의 전문성강화, 학교공동체 의식함양과 내실 있는 학교육성을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아중학교 특징 중 하나는 학교급식이다. '급식=1식3찬'이라는 공식을 깼다. 10일 점심은 오징어튀김 봄나물 잡채 어묵조림 김치(배추김치 깍두기 갓김치) 감자탕이 나왔다. 잔반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외부 손님이 오면 반드시 학교 급식을 권한다.

모든 반찬에는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밥은 잡곡과 현미 쌀로 지었다. 가끔 졸업생들이 떼로 몰려와(시험기간) 후배들의 밥을 축내기도 한다. 기형훈 교감은 "시험기간이나 스승의날 선생님을 보러 온다는 핑계로 수십명씩 몰려와 후배들의 식판을 가볍게 하기도 하지만 밉지 않다"며 "타 학교와 같은 비용으로 식단을 꾸리지만 아이들 건강을 위해 엄마의 마음으로 급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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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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