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핀테크-기술금융에서 비상구 찾는다

2015-03-31 11:19:00 게재

핀테크 선점 경쟁 치열 … 기술금융 작년 9조원 공급

사상 최저 1% 기준금리, 자기자본이익률(ROE) 2% 수준의 저수익, 낮아지는 평판과 신뢰도 … 은행권이 처한 환경이 어느 때보다 혹독하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와중에 은행권의 비상구로 핀테크와 기술금융이 뜨고 있다. 각각 규제의 벽, 리스크관리 등이 난제이긴 하지만 도전 없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은행들은 좁은 비상구를 통과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담보대출 관행 벗어나 기술금융 적극 = 기술금융은 창업 초기 단계에 있거나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 새로운 금융기법을 활용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기존의 보수적인 은행권 문화를 고려한다면 기술금융은 사실 어림없는 일이다. 기존에도 녹색금융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기술이나 사업전망에 기반해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사실상 공염불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은 돈이 넘쳐 은행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고, 가계부문 역시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갓 창업한 스타트업기업들에 대해선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이 우세하지만 정책당국이 기술금융을 강조하면서 기술금융 실적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486건, 1922억원에 불과하던 시중은행들의 기술금융 대출은 연말에는 1만4413건, 8조9247억원으로 늘어났다.

KB국민은행은 기술금융 관련 상품을 출시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공급했다. KB금융 계열의 투자회사인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월 500억원 규모의 'KB 지식재산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중소벤처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IP)의 가치를 더 높여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KB 지식재산(IP) 담보대출'은 지식재산권에 대해 가치평가를 할 때 수수료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기술금융 지원 실적에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대통령 표창은 물론 국가지식재산위원장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 단순한 대출이 아니라 지분투자 등을 통해 성과를 공유하는 모델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식재산금융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창조기술우수기업대출'은 우수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5월에는 특허청과 시중은행 최초로 지식재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스타트업 윈윈펀드'를 조성하고 중소기업 투자를 도모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100억원, SK텔레콤 100억원, 성장사다리펀드 200억원 등을 출자해 만들어진 이 펀드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도 기술금융 관련 인프라를 깔아 기술금융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과 '창조경제 지원과 기술 금융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특구재단은 자체 보유한 기술사업화 정보 및 대덕·대구·광주·부산 4개 특구 3000여개 창업·벤처기업 IR 정보를 은행연합회에 제공하게 된다.

◆핀테크전담팀 두고 대응강화 = 금융(finance)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인 핀테크도 금융권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핀테크는 IT기술을 활용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의 페이팔, 중국의 알리페이가 핀테크의 선례로 소개되곤 한다. 핀테크가 활성화되면 금융소비자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송금, 지급결제, 투자대출, 개인자산관리까지 서비스 받을 수 있다.

금융권의 강자인 은행들은 기존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핀테크라는 호랑이등에 적극적으로 올라타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핀테크 허브센터'를 열었다. KB핀테크HUB센터에는 KB 전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에서 선발된 6명의 전문인력이 상주하며 핀테크 관련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하게 된다. 계열사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을 발굴하고 제휴를 통해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방안 등도 모색한다.

신한은행은 핀테크전담대응팀을 두고 핀테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ICT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제휴 금융상품 출시를 도모하고 있다. SK플래닛과 신한은행은 모바일 지불결제 영역에서 제휴하는 것은 물론 쇼핑과 금융이 결합된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KT와 업무협약을 통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에 나서고 있다. 올해를 '스마트디지털뱅크'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게 우리은행의 내부적인 목표다.

IBK기업은행도 핀테크 창업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기업 닷 등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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