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직무능력표준 활용한 능력중심 채용
채용은 구직자와 구인자가 서로 원하는 상대방을 찾기 위해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채용시장은 채용 당사자들이 모두 원하는 상대방을 성공적으로 찾지 못하면서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평가된다. 구직자들은 직무 성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은 스펙을 쌓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만 원하는 직장을 얻는데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구인자인 기업들 또한 유능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복잡한 채용도구를 적용하지만, 정작 적합한 인재(right person)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학생의 약 60%가 해외 어학연수, 각종 자격 취득 등의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이나 졸업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제 대학은 4년이 아니라 5년 그 이상을 다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들은 대졸신입사원 재교육에 18. 3개월이 소요되며 1인당 5959만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채용 관행을 혁신하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사회 교육 제도 전반의 신뢰의 저하로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불필요한 스펙이 아니라 현장의 직무요건에 근거한 능력중심의 채용을 표방하면서 지난 3월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을 130개 공공기관의 채용에 우선 적용하고, 내년 이후에는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하며, 나아가 민간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오픈된지 2개월이 안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능력중심채용사이트(http://onspec.ncs.go.kr)를 포함한 'NCS 사이트(http://www.ncs.go.kr)'의 누적 방문자수가 1백만명을 초과했다고 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우리나라의 전체 산업의 직무를 857개로 세분류하여 산업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직무능력을 표준화하여 정리한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내용과 요건을 표준화하고, 직무와 관련된 필요한 교육훈련, 자격, 채용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과연 NCS가 능력중심의 채용을 정착시키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NCS가 현재의 비효율적인 채용 관행과 구조를 개선해서 능력중심의 채용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지는 구인자인 기업들의 능력중심의 채용에 대한 의지와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그 동안 기업들은 어학성적과 자격, 학교 수준, 성별이나 인적관계 등 직무에서의 성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으면서 차별적 소지가 있는 채용기준을 채용전형에서 활용해 왔다. 이는 지원자들이 직무에 필요한 능력의 개발보다는 검증되지 않은 스펙에 더욱 매달리게 하고, 채용 전반의 신뢰를 저해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이와 같은 채용기준이 비록 기업 성과의 향상과 관련된 타당한 기준이라도, 이는 장기적인 기업의 성공과 연결되지 않으며, 노동시장의 건강성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 NCS는 직무마다 필요한 능력요건을 구체화하여 표준화한 것이므로 능력중심의 채용기준과 절차를 확립하고자 하는 기업은 이를 활용하여 명확한 채용기준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입사지원서나 필기시험과 면접시험 등 채용도구와 절차를 직무능력기준으로 설계, 운영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채용시장에서 NCS를 활용한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관행이 정착되어서 구인자와 구직자간 필요한 정보가 활발하게 교류되고, 구직자들이 조직과 직무특성을 이해한 가운데 적절한 자기 개발을 하고, 구인자들은 양질의 인재를 채용하여 효율적인 채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채용구조의 특성 상 대기업들이 기존의 채용기준이나 관행을 직무능력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NCS는 또 다른 스펙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대기업들이 능력중심의 채용을 실시하고, 그 결과가 우수한 인재의 채용과 기업 성과의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NCS를 지속적으로 보완, 개선해야 한다. 수행 준거, 지식, 기술 및 태도, 자격 기준 등의 개정과 개선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보완, 추가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능력중심의 채용 확산과 채용에서의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법률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이철기 교수 한국기술교육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