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석유산업 새 성장동력 찾아야

2015-06-25 00:00:01 게재
지난 반세기동안 국가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며 성장을 계속해 왔던 우리나라 석유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석유산업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핵심적인 요소들이 소멸되어 가는데다 최근의 저유가 상황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964년 하루 3만 4천 배럴의 울산 정유공장 가동과 함께 출발한 국내 석유산업은 현재 하루 3백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6위의 정제설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석유기업들이 생산한 석유제품은 국내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석유제품이 우리나라 수출품목 순위에서 6위를 벗어난 적은 한 차례도 없고, 2012년에는 1위,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반도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과거 석유산업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국내수요의 급속한 증가, 대기업 그룹의 주력 업종으로서 전략적인 육성, 정부의 보호적 규제와 지원정책, 기업 간의 효율적 경쟁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급속한 내수 증가는 석유산업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됐다. 국내 석유수요는 2차 석유위기 이전 10년(1969~1979년)동안 연평균 13.8% 증가했고, 다시 외환위기 이전 10년(1987~1997년)동안 연평균 14.2% 증가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증가세를 보였다. 내수 증가와 그에 따른 내수 규모의 확대는 석유기업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설과 기술개발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가능케 하여 석유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국내 석유수요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둔화돼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이 1.3%에 그치고 있다. 다행히 그동안은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석유제품 수입수요 증가로 내수 둔화에 따른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 국가로부터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과 인도는 정제시설을 계속 증설해 자국의 수요 증가에 부응하고 있고,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보다는 석유제품 판매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제시설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중국, 인도와 중동 국가의 정제설비 증설 용량은 하루 510백만 배럴로 전 세계 증가분보다도 더 많았고, 향후의 설비 증설도 대부분 이들 국가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제품의 생산과 수출 등 하류부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국내 석유산업에게 내수의 정체와 해외 수입수요 감소는 구조적인 위기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인한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은 유가 급락의 주요 원인이 되어 국내 석유산업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유가 하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원유와 석유제품의 가격 격차가 축소돼 정제마진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석유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석유기업들은 그동안의 경험과 여건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사업 영역을 추가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원유의 개발과 생산, 자원개발 기술서비스 사업 등 상류부문으로의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류와 하류부문의 연계를 강화하고 다원화된 이윤창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둘째는 해외에서 정제시설을 운영하고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하류부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로써 수익 기회의 증진은 물론 국내 수요구조와 해당 국가의 수요구조 차이를 이용한 수급조정을 통해 국내 정제시설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셋째는 기존에 추진해 온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에 더해 석유 연관 분야로 사업을 더 다각화해야 한다. 상호 협력적이고 보완적인 사업들은 핵심 석유사업에 다양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석유산업이 이처럼 국내 시장과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