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통일 포커스│ '소비자 만족' 강조한 김정은
시장친화적 김정은 … 경공업 발전에 주민생활 변화
공장 현지지도하며 격려·질책 … "질 좋은 인민소비품 대량생산해야"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지 3년 반이 지난 지금 북한은 핵무력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병진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의지는 '장마당(종합시장)'의 양성화, '돈주(사금융)'의 용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해온 김 제1위원장은 '소비자의 요구'를 언급하며 공장 직원들에게 고객만족 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소비자 요구에 귀 기울여야" = 14일 락랑위생용품공장을 찾은 김 제1위원장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위생용품들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영이 좋을수록 그들이 무엇을 더 요구하는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인민들과 군인들이 좋아하는 위생용품의 가짓수를 늘이기 위한 사업을 짜고들어야(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의 '시장친화적' 인식은 일찌기 2013년 3월 당 중앙위 회의에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경공업 부문에서는 인민생활 향상 대진군의 포성을 크게 울릴 데 대한 당의 호소를 높이 받들고 경공업 공장들을 만부하로 돌려 인민들의 호평을 받는 질 좋은 인민소비품들을 대대적으로 생산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지도와 관리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국가의 통일적 지도 아래 모든 기업체들이 경영활동을 독자적이고 창발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공업 발전과 달라진 소비문화 = 김 위원장의 관심 속에 경공업 부문이 어느 정도 향상되면서 주민들의 소비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를 보도한 한 외신은 북한의 한 신발제조업체가 제품 개발에 성공해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게 됐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원래 전통 재료와 기술을 사용해 수공업 제품을 만들었으나 품질이나 디자인이 좋지 않았고 제품수도 3~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품질·디자인 향상에 노력해 쉽게 변형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외국산을 선호했던 북한 여성들도 이 업체의 제품을 찾게 됐다.
이러한 북한 경제의 변화상과 관련해 코트라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은 "평양 외부에서도 택시 등이 운영되며 다양한 음식점들이 평양 내외에서 운영되고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 3년 반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경제화가 진행됐는데 사적경제활동을 강력하게 규제했던 1990년대 이전과는 달리 김정은 체제에서는 시장화를 외화벌이 등 북한경제 원동력으로 간주해 묵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계속되는 '우리식경제관리방법'의 실험 =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의 북한 주민들은 자기 집에 일제 중고 자전거와 중국 텔레비전을 갖춰 놓지 못하면 부끄럽게 생각할 정도에 이르렀다"며 "도시 사람들은 결혼식과 졸업식 때 당연히 비디오로 기념촬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내 휴대전화 사용자도 3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북한 주민의 전자제품 사용이 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중국산 발전기와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발전기와 배터리는 북한 내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품이 됐다.
이에 대해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2012년 본격화된 김정은 정권은 처음부터 시민을 위한 오락 시설 건설이나 '장마당'으로 불리는 암시장에서의 상행위를 묵인하는 등 국민 생활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을 음으로 양으로 실시해왔다"면서 "이로 인해 구매력을 가진 국민이 늘어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비문화의 발달이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김정은이 우리식 경제관리방식을 도입하면서 사금융을 용인해 '돈주' '돈장사'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국가 경제를 일으키려는 김정은 정권과 돈주가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주창한 김 제1위원장의 경제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관련기사]
-북 대외무역 규모 갈수록 늘어 … 무역적자·중국편중 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