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아닌 갚을 능력이 진짜 문제"

2016-03-03 11:58:15 게재

중앙은행 위기책 비판

▶ [[영·미 중앙은행의 고백] 양적완화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에서 이어짐

카니 총재의 전임자인 머빈 킹 전 총재는 최근 저서에서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가피하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킹 전 총재는 이달 초 '연금술의 종말 : 돈과 금융, 세계경제의 미래'를 출간, "2008년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탐구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그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는 번영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격변과 그로 인한 또 다른 글로벌 위기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09년 금융권의 직접적 위기가 끝난 이후 회복세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빈혈상태' 이상은 아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줄기차게 장밋빛 경제회복을 예측해왔지만, 현실은 그에 턱없이 못 미쳤다.

킹 전 총재는 "수요와 생산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2008년 위기 전에 비해 약 15% 정도 하락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명칭이 '저성장'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은 2008년 위기의 진짜 비용"이라며 "이같은 상황은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자신감을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킹 전 총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정부가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라며 "하지만 유동성 공급으로는 지면 아래 잠재해 있는 지불능력의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진짜 문제는 유동성이 아니라 지불능력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1980년대 말 부동산거품이 붕괴된 이후 일본중앙은행이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가, 또 2010년대 유로존 위기 때 유럽 중앙은행들 모두 유동성 공급으로 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킹 전 총재는 "지난 20여년간 미국의 전현직 행정부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해가며 시장을 살리려 애썼지만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역시 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며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실질자본투자는 평균을 훨씬 밑돌고 있다"며 "기업들이 미래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2008년 위기를 촉발한 문제를 고치기 위해 2010년 도드-프랭크 월가개혁법안을 만들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대마불사 월가 은행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위험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앞으로 상당기간 경제회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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