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글로벌은행인 도이체방크AG가 다른 은행과 공모해 금과 은 시세를 조작,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피소된 2건의 집단소송사건과 관련해 혐의를 인정하고 고소인들과 화해에 나서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이같은 내용은 '도이체방크가 금과 은 시세를 조작하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와 시장거래자를 대표하는 변호사들이 미국 맨해튼연방법원에 접수한 문서를 통해 알려졌다.

화해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건의 소송 모두 물질적 보상을 포함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또 다른 은행과의 소송을 진행하는 고소인들을 돕는 차원에서 일련의 관련정보를 제공키로 합의했다. 도이체방크와 공모한 은행들의 비위 사실이 고소인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화해가 법적으로 성립하려면 추가적인 문서화작업이 필요하고, 이후 지방법원판사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측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고소인들은 도이체방크가 2007년 1월부터 노바스코티아은행, 바클레이스Plc, HSBC홀딩스, 소시에테제네랄 등과 하루 2차례 모임을 통해 금과 금선물, 금옵션, 금파생상품 등의 가격을 조작했다며 지난 2014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도이체방크와 HSBC, 스코티아은행 등이 하루 한 차례 모임을 통해 은 시세조작을 벌였다고 고소한 바 있다. 고소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한 해 조작하는 은 시세가격은 대략 300억달러(34조6350억원)에 달한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 역시 두 소송 모두 피소됐다.

한편 이번 화해절차는 해당 사건을 5년 간 조사한 뒤 '무혐의' 결정을 내린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대한 비난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매체 제로헷지에 따르면 CFTC는 도이체방크 등 대형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은 시세조작을 일삼아왔다는 주장에 대해 5년 간 자체조사를 진행했지만 2013년 "특정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당시 CFTC는 "2008년 9월부터 은 시세조작과 관련한 혐의를 조사했지만, 지적할 만한 부분과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종결했다.

이에 대해 제로헷지는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인 게리 겐슬러가 CFTC 수장에 있는 한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했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지적했다.

겐슬러는 2009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CFTC 위원장을 맡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 승인을 받아 임명할 당시에도 "골드만삭스 출신인 데다 2000년 재무부 고위관료로서 58조 규모의 신용부도스왑(CDS) 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인물이었다"는 비판이 거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