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생 8만명 시대, 이제는 교육이다 ①
학업중단률 높고, 학업성취도 낮아
정부, 수년간 공들였지만 효과 적어 … '빈곤의 악순환' 우려
국제결혼 증가 등으로 인해 최근 5년간 다문화학생이 2.6배 정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다문화학생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학업중단률과 낮은 학업성취도는 쉽게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국제결혼으로 인한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결혼가정과 외국인가정 학생들도 증가했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은 8만2536명(4월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만4730명(21.7%)이나 늘어났다.
지난 2010년(3만1788명)에 비하면 5년간 다문화학생이 2.6배 는 수치다. 다문화학생 부모의 출신 국적은 베트남(20.9%), 중국(20.8%), 일본(15.9%) 순이었다.
◆중도입국·외국인자녀 증가세 =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학생 비율은 전년도 0.44%에서 1.35%로 0.3%p 증가했다.
학교 급별로는 초등학교 2.2%, 중학교 0.9%, 고등학교 0.5%로 전년 대비 각각 0.4%p, 0.2%p, 0.1%p 증가했다. 유형별로 나누어보면 다문화학생 중 6만8099명(82.5%)이 국내에서 출생했으며 외국인가정 자녀(8176명, 9.9%), 중도입국 학생(6261명, 7.6%) 등이 뒤를 이었다.
아직은 국내 출생자가 압도적이지만 중도입국 자녀와 외국인가정 자녀 비중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출생 학생은 6만8099명으로 전년(84.8%)에 비해 2.3%p 감소했다.
중도입국 학생이란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재혼·취업 등으로 부모를 따라 입국한 국제결혼 재혼가정 자녀와 이주노동자 가정 자녀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다문화학생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다문화학생 중 초등학생 비율이 73.0%로 중학생(16.8%)과 고등학생(10.2%)에 비해 월등히 높고, 미취학 아동도 12만100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학생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회원국들의 15세 이상 학생 중 평균 11%가 이주배경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는 부모들의 결혼, 이민, 취업 등으로 해당국에서 태어났으며 5%는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중도에 입국했다.
◆학업성과 평균 1년 격차 = 다문화학생 증가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이들을 공교육으로 진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했다.
지난 3월 교육부는 '2016년 다문화교육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다문화 학생의 가정 배경이나 출생지 등을 고려한 교육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우선 다문화 유아들에게 언어·기초학습 등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다문화 유치원'을 5개 시·도 30곳에서 12개 시·도 60곳으로 확대한다. 중도입국·외국인 학생 대해선 공교육 진입 전 거치는 예비학교를 기존 100개교에서 110개교로 늘린다. 이어 교육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문화 학생의 기초학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학생 4500명을 참여시켜 멘토링을 지원한다. 특히 국내 초중고교의 다문화 학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다문화 중점학교'를 기존 150개교에서 180개교로 확대 운영한다.
교육부 발표에 앞서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12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개최하고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7개 부처 공동으로 '다문화가족 자녀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정부 노력에도 다문화학생 학업중단과 낮은 학업성취도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학생 학업중단율은 2014년도(2014.3∼2015.2) 기준 1.01%였다. 초등학교 0.8%, 중학교 1.2%, 고등학교 2.1%로 학교 급이 높을수록 증가하고 있다. 미세한 수준이지만 일반학생들의 학업중단율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다문화학생만 증가하고 있어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같은해 전체 학생 학업중단율은 0.83%였다.
전문가들은 다문화학생들의 중도탈락의 주요한 이유로 가정형편이나 친구·선생님 관계와 더불어 한국어 등 학습부진을 주요한 이유로 꼽았다. 한 다문화 관련 교육기관 관계자는 "학생들이 한국어 능력도 안 되고 그래서 공부도 못 따라가고 친구들과 잘 못 지내게 되면 너무 쉽게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그만두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특히 부모들도 자녀의 학업을 지속시키려는 의자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OECD 국가에서 다문화학생들이 취학률, 학업성취도, 학업중단율 등에서 일반학생에 뒤처져 있다.
실제로 OECD가 회원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학력을 평가하는 국제형성평가조사(PISA·2002년)에 따르면 다문화학생은 일반학생에 비해 학업성과에서 평균 1학년 정도의 격차를, 특히 중도입국 학생은 1.5학년 정도의 격차를 보였다.
양승주 한양대 연구교수는 교육부로부터 의뢰받아 수행한 '다문화 가정 자녀의 공교육 진입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다양한 지원정책에 불구하고 여전히 공교육 진입의 어려움이 기대만큼 해소되지 않았고, 새로 도입된 일부 제도는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며 "또 중도입국 학생의 예비학교 이후 일반학급으로 통합되는 과정이 현재까지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고, 상당히 복합적인 사유로 발생하는 다문화학생의 학업중단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다문화학생의 학교에서의 낮은 성취와 학업 중단의 문제는 이들의 인적자본 축적의 기회를 상실케 함으로써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를 낳고 범죄발생 위험도 발생시켜 개인의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비용을 초래한다"며 "교육제도가 다문화학생 증가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이주민의 사회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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