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생 8만 시대, 이제는 교육이다 ③
진로교육으로 '시스템 전환' 필요
20.1%, 일·교육 포기한 '니트' 상태 … '차별' 차단할 다문화 이해교육 강화해야
#. "한국어가 안 되니까 시험이나 수행평가 자체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다. 한국어능력 부족은 곧 읽기, 쓰기는 물론 이해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특히 문장으로 된 수학문제는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전혀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초등학생은 큰 문제없이 공교육 안에 적응하지만 중학생부터는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밖에서의 상담·교육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문화 청소년이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의 낮은 상급학교 진학률과 높은 학업 중단률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단순히 진학률 높이기가 아닌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등 교육 시스템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질적으로 다문화 청소년, 특히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수능체제의 인문계고등학교나 전문적인 자격취득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 고등학교 과정을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예비학교 정책을 통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진학률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지만 고등학교 진학률은 여전히 낮다. 고학년에 진입할수록 더 높은 수준의 언어와 학업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또래 관계, 교사와의 관계 등이 주요한 이유다.
문제는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일을 하지 않고 직업 훈련이나 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Training) 상태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2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15∼24세 다문화 청소년가운데 20.1%가 '니트족'이었다. 특히 중도입국 청소년의 경우 '니트족' 비율이 32.9%에 달해 국내출신 다문화 청소년(10.5%)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일반 청소년의 평균 니트족 비율은 10∼15%인 것으로 추산된다.
다문화, 특히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진학·진로교육 시스템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언어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기존 방식의 지원은 효과가 없다. 오히려 직업·진로교육과 한글교육 등 대안적 교육을 접목한 눈높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다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 중도입국 청소년 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7.2%가 언어(한국어) 문제를 한국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고 있다. 강은이 안산이주아동청소년센터 소장은 "기존 교육시스템 보다는 대안학교를 통해 최소 학력은 유지하되 한국어교육과 대안적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언어, 종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안으로 진입하기 힘든 청소년들에게 평생교육 차원이나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검정고시 지원을 보다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정부는 법률적으로 외국인 신분인 많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전문적인 고용노동훈련 기회를 주지않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예외 사항으로 변경해 교육대상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범대 교육과정 바꾸자 = 또한 학교 내에 다문화 전문인력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다문화학생, 특히 한국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수업 시간에 마주칠 경우 난감해진다.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가 가능한 학생에게 어려운 용어가 포함된 수업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종근 서울 성동광진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이중언어 강사를 배치하고 예비학교를 운영하는 등 정부도 다문화교육에 적지 않은 인력과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며 "하지만 급증하는 교육수요, 특히 출신국가가 다양해지면서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讀淄苛?고 말했다. 그는 이어 " 교육당국도 소수 언어 사용자를 위한 순회강사 시스템 도입 등 정책의 유연성을 고민해야 한다"며 "여기에 이중언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와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다문화시대"라고 강조했다.
사범대와 교육대학 교육과정에 다문화 관련 교과목 신설·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 다문화학생이 8만명을 돌파했는데도 사범대와 교육대학에 관련 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현재 다문화 교육과 학생에 대해 관심이 있는 교사와 예비교사는 자비로 대학원 또는 평생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또 교육계 일각에서는 다문화 담당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과중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예비학교 등을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담당 교사는 다문화 수업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업무에 과부하가 발생하고, 교육에 집중할 수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별한 사명감이 없는 한 다문화학생 관련 업무는 기피 우선순위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 문화 소개 수준 못 벗어나 = 한편 다문화이해와 반편견 교육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도 학교에서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이 일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은 주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단편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 학생들이 다문화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태도와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102개 다문화 예비학교에 다니는 학생 4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7.4%의 학생이 출신 국가나 피부색, 언어로 인해 차별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 경험은 초등학생(23.1%)이 중학생(11.9%)에 비해 2배 많았다. 차별을 가한 주체(복수응답)로는 '한국 친구들'(54.8%)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웃으로부터 차별을 당한 적 있다는 비율도 15.5%에 달했다.
양승주 한양대 산학협력단 연구교수는 "교육프로그램이 일회성 강연이나 체험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전체 교육과정 체계 속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이 다름을 존중하고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다문화 감수성 제고, 다문화 이해 교육 및 반차별교육 프로그램을 심층적으로 개발해 교육과정에 포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문화학생 8만명 시대, 이제는 교육이다'연재기사]
- ① 학업중단률 높고, 학업성취도 낮아 2016-05-30
- ② 중도입국(해외출생·성장 다문화 청소년) 늘어나는데 대책실효성 없다 2016-06-01
- ③ 진로교육으로 '시스템 전환' 필요 201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