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세계 최대 석유생산기업), 진짜 가치는 얼마?
기업공개 앞두고 관심
4000억~2조달러 편차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 증시상장을 통해 국부펀드를 만들어 '석유탈피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우디 정부에 따르면 아람코의 가치는 2조달러다. 5%만 상장한다고 해도 1000억달러에 달한다.
액면가의 2배로 투자자를 공모한다고 해도 2000억달러다. 2014년 IPO 역사상 초대박으로 기록된 중국 알리바바를 저 멀리 따돌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우디 정부가 추산한 아람코 가치를 시장에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미국 에너지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이 지적했다.
실제 최근 아람코의 실제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관련 보고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막대한 원유매장량에 기초해 아람코의 가치를 산정했다. 2611억배럴의 원유를 보유한 사우디는 3009억배럴의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2위 석유대국이다. 사우디는 배럴당 8달러로 잡고 아람코의 가치를 2조880억달러로 계산했다.
반면 국제적 컨설팅 회사인 '우드맥킨지'는 아람코의 실제가치를 4000억달러로 크게 낮춰잡았다. 사우디 정부 추산에 비해 1/5 수준에 불과하다. 우드맥킨지는 "아람코가 국영회사라는 점, 미래의 석유수요, 국제유가의 기대수준 등을 종합해서 산정한 가치"라고 밝혔다.
우드맥킨지는 2611억배럴에 달하는 사우디의 원유매장량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독립적 기관이 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드맥킨지는 "하지만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아람코의 경영상태와 세금"이라고 지적한다. 아람코는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는다.
아람코는 사우디 경제의 기반이자 국가 재정을 대는 원천으로 알려져 있다. 매출액의 20%를 로열티로, 소득의 85%를 세금으로 낸다. 이는 사우디 정부의 재정 확충은 물론 1만5000명에 이르는 사우디 왕가 일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데 쓰인다. 우드맥킨지는 "막대한 세금은 아람코의 이익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악재"라며 "주주 배당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아람코 투자를 고려하면서도 사우디 정부에 공모가 인하를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동 산유국 중 상대적으로 정정이 안정된 나라다.
반면 사우디와 인접한 나라들은 크고 작은 정정불안 요인을 갖고 있다. 이같은 불안이 사우디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우디의 야심찬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사우디는 장기적 경제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을 추진해 석유와 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을 탈피,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에너지를 통한 다양한 경제발전 경로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실행가능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배럴당 8달러로 계산한 사우디 원유매장량도 도마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사우디 방식대로 계산하면 러시아 국영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의 가치는 현행 640억달러에서 2720억달러로 껑충 뛴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아람코의 실제가치는 5000억달러에서 1조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우드맥킨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를 유지한다면, 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57달러 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기후변화, 기술발전, 석유수요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장기전망엔 불확실성이 많다"고 전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아람코의 가치를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다. 사우디는 향후 73년 동안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할 정도로 막대한 원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속적으로 석유수요가 늘어나다 2035년 최정점에 달한 뒤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비관적인 예측이 많다. OPEC은 최정점 시기를 10년 뒤로 보고 있고, 시장 전문가들은 그 보다 더 빨리 수요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본다.
아이러니한 점은 석유를 탈피하겠다며 야심차게 준비한 '비전 2030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사우디는 향후 전 세계의 석유수요가 그와 반대로 견고할 것으로 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 국왕이 말레이시아를 방문, 정유시설 사업에 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같은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오일프라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