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모빌아이 153억달러에 인수
2017-03-14 10:17:12 게재
핵심 자율주행기술 확보 … 삼성전자 인수 하만의 약 2배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이다. 주당 매입가는 63.54달러로, 이날 뉴욕증시 종가를 기준으로 34% 가량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를 마무리한 미국의 자동차전장업체 하만(80억달러)의 두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번 M&A는 IT는 물론, 자동차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빌아이의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전세계 신차 85%가 장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보쉬와 델파이, 현대모비스, 만도 등 주요 자동차부품회사는 모빌아이 기술을 이용한 ADAS 부품을 완성차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다임러와 도요타 등 소수 업체를 제외한 완성차업체들은 모두 모빌아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에 따라 인텔이 모빌아이를 통해 1차 자동차부품회사와 거래를 하게 된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모빌아이는 업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자율주행 솔루션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원 600명 회사 가치가 17조원 = 국내에 생소한 모빌아이는 1998년 암논 샤슈아 이스라엘 히부르대 교수가 창업한 기술벤처기업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본사에 6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미국 MIT가 발행하는 과학기술전문지 'MIT테크놀로지'는 지난해 50대 스마트기업을 선정하면서 모빌아이를 6위에 올렸다.
모빌아이는 이미지 기반의 인공지능과 반도체칩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정보를 분석, 차량의 사고 위험을 경고해준다. 자율주행차량의 기초기술로, 이것만 이용하면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다.
모빌아이는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는데, 당시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공개로 꼽힌 바 있다. 2014년 매출은 1억4363만달러(1600억원)으로 지금 이 회사 시가총액은 105억달러(12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다국적기업들이 꾸준히 이스라엘 기술벤처기업 인수를 해왔지만 이번이 역대 최고다. 직전까지 가장 주목받은 이스라엘의 M&A는 웨이즈다. 웨이즈는 소셜네트워크와 내비게이션이 연동되는 서비스로 구글이 11억달러에 사들였다. 한국의 김기사가 카카오에 626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20배가량 차이가 난다. 모빌아이는 웨이즈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한국 기술기업들과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스라엘 테크산업 역사상 최고의 인수합병"이라며 "한국이야말로 이런 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텔, 자율주행 본격 육성 =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는 애초부터 예견됐다. 특히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현금이 풍부해 인수합병에 대한 여력이 있었다.
인텔과 모빌아이, BMW는 지난해 자율주행자동차를 공동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자율주행 분야 특화기술이 없는 인텔과의 조합이 생경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당시구글과 애플 등 IT 전통기업들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고전할 때였다.
하지만 인텔은 자율주행 분야에 투자를 지속했다. 올 1월에는 디지털 지도제조업체인 히어(Here) 주식 15%를 사겠다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금이 풍부한 인텔이 모빌아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17조원이 넘는 돈을 지불한 것은 예상을 초월한 것으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인텔의 의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모빌아이와 자율주행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우선 자율주행 부문 본부를 이스라엘에 두고, 모빌아이 암논 샤슈아 교수가 주도하도록 했다. 관련 사업 감독은 더그 데이비스 인텔 수석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술이 앞서있는 엔비디아와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엔비디아와 인텔 모두 반도체를 모태로 한 기업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이미지 딥러닝을 응용한 자율주행 인공지능으로 발전한 형태다. 인텔 역시 컴퓨터중앙처리장치(CPU)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각종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반도체로 압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도체기업들이 자율주행차의 한축을 담당하게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이 유리한 위치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과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협력을 하고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