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창업 시대│① 밸런스히어로

인도에서 선불폰 잔액확인 앱 '1위'

2017-04-10 10:31:16 게재

출시 2년 만에 5000만 다운로드 … 결제·충전 가능한 핀테크 진출 추진

최근 '제2 벤처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과 벤처펀드 조성액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 벤처투자액은 2조1503억원으로 15년만에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벤처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 2조211억원을 돌파했다. 벤처펀드도 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에 진입했다. 벤처투자 전성기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창업은 생계형 창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창업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창업은 뉴노멀시대를 극복할 주요한 대안으로 꼽힌다. 이에 최근 글로벌 창업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을 찾아 그들의 세계시장 도전기를 싣는다.

인구 13억명. 경제성장률이 10% 이상. 세계 유수 기업들의 각축전이 된 인도. 이곳에서 출시 2년 만에 5000만 내려받기를 기록한 앱이 있다. '트루밸런스'(true balance)라 불리는 앱은 선불폰 잔액 조회 기능으로 인도내 주요 10대 앱에 올랐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가 트루밸런스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앱으로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바일 기업은 밸런스히어로(BalanceHero)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기업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동아리 민요연구회에서 활동했던 선후배들이 모여 만든 한국 토종 스타트업(start-up, 창업기업)이다.

트루밸런스는 2015년 1월 인도에서 정식 출시됐다. 인도는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으로 휴대전화 이용자의 95% 이상은 선불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면 잔액정보를 문자로 보내줬다. 트루밸런스는 최초로 잔액 정보를 스마트폰 앱으로 구현했다.

사용자가 앱에서 잔액 조회, 선불 계정 구매, 잔액 충전, 데이터 사용량 추적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있는 게 장점이다. 출시 2년 2개월 만에 5000만 내려받기를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 국민앱 등극 = 밸런스히어로는 창업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했다. 트루밸런스 아이디어는 이철원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사업에 뛰어 들기 전인 2001년 SK텔레콤 자회사에서 휴대폰 통화연결음인 '컬러링'을 동남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 일을 했다. 이때 인도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2013년 인도에서 앱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사업 구상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2014년 밸런스히어로를 설립했고, 그해 7월 트루밸런스 베타 버전이 출시됐다.

"인도 모바일 이용자들은 넉넉하지 않은 선불폰 통화량과 데이터를 수시로 확인하며 필요할 때마다 충전해야 했다. 트루밸런스는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주었다."

이 대표는 "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통신 네트워크가 우리에게는 큰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트루밸런스 서비스 공개 이후 유사한 앱들이 나왔다. 이들 앱은 아직 트루밸런스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창업 초기 자금이 부족했던 이 대표에게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 팁스)은 밸런스히어로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 글로벌시장형 TIPS' 기업으로 선정됐다. 과제 수행을 통해 베타 버전 수준이던 서비스를 고도화해 인도에서 성공적인 서비스로 정착했다.

인도에서 서비스가 시작되자 사업성을 인정받아 투자가 잇따랐다. 2015년 3월 엔젤투자 8억원을 시작으로 후속투자가 이어져 2017년 3월 현재 누적 투자액 190억원을 이끌어냈다. 올 연말에도 국내 벤처캐피탈의 투자 유치가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팁스는 창업초기 기업들에게 큰 기회를 주는 정책으로 더욱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팁스는 유용한 정책 = 밸런스히어로는 '트루밸런스'의 독보적인 시장 점유를 기반으로 핀테크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모바일결제 기업들이 마지막 우리의 경쟁자"라며 "잔액정보 서비스인 트루밸런스가 커머스나 결제, 충전 등으로 확장하는데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여전히 정부주도 정책과 자금에 의지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창업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는 현재 중국자금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국내 투자환경이 더욱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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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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