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영장기각, 검찰 부실수사 논란 커진다
임은정 검사 "검찰이 특검 자처해야"
'우병우의 검찰수뇌부 협박 먹혔나'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되자 그가 두 번이나 구속 위기를 벗어나게 된 이유를 둘러싸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2일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은정(43·30기) 의정부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국정 농단의 조력자인 우리 검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뇌부에 원죄가 있기 때문에 수뇌부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검찰이 특별검사를 자처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우 전 수석과 검찰 수뇌부가 각종 수사 내용을 공유했던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을 겨냥한 말이다.
박영수(65·10기) 특별검사팀 수사결과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자신의 비리 의혹이 불거질 당시 검찰 고위층과 수시로 통화를 했다. 지난해 7월 조선일보가 우 전 수석 처가와 넥슨 간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보도한 시점을 전후한 7월부터 10월까지 우 전 수석은 김수남 검찰총장과 20여 차례 통화했다. 같은 시기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는 무려 1000여회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18일엔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와, 25일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통화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이들은 업무 관련 통화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특별검사팀은 '부적절한 접촉'이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이런 부적절한 접촉이 지난해 출범한 윤갑근 특별수사팀의 부실 수사 배경이 됐고, 우 전 수석에 대한 두 차례 영장기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23일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출범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 소환은 11월 6일, 자택 압수수색은 11월 10일이 돼서야 이뤄졌다.
조응천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작년 늦여름, 특별수사팀장 윤갑근의 형식적 쇼핑백 압색, 몇 달 후 깡통폰 압색, 청와대 자료 임의제출 등 한 번도 우병우에 대해 제대로 된 증거수집을 한 적 없다"며 부실수사를 지적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선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한편에선 우 전 수석의 협박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교통방송(tbs)에 나와 '검찰의 사법처리 움직임에 대해 우 전 수석이 검찰을 협박하며 저항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김 총수는 "최근 복수의 검찰 고위관계자로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애기를 들었다"며 "우 전 수석이 자신에 대한 수사 압박이 시작될 것 같으니까 자신은 몇 년 더 감옥에 가도 상관없으니까 다 끌고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서 다 끌고 가겠다는 대상은 현직검찰 간부 중에 소위 우병우 라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라며 "전직이 아니라 현직 검찰 관계자 중에 그 라인이 누군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를 건드리면 아수라장 되니 적당히 하라'는 것으로 이건 협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사실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가 부실했다고는 생각 안 한다"며 "영장 기각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거는 법원의 판단이고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 그거는 제가 확실히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관계자도 우 전 수석의 검찰 고위층 협박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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