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빌딩 가격공시 도입 초읽기
참여정부때 도입 결정하고도 12년째 논의만 … 보유세 인상 불가피
상가와 빌딩 등 업무용 부동산의 가격공시가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공시제도는 참여정부 때 도입이 결정됐지만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으로 인해 12년째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감정원과 조세연구원, 지방세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1·2차 과제로 상가와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공시 방안이 검토됐고 6~7월 공장과 창고 등 산업용 부동산 가격공시를 연구하는 3차 과제가 발주된다.
이르면 연말 3차 과제까지 끝나면 연구용역이 모두 마무리돼 내년에는 비주거용부동산 가격공시가 시행될 준비를 마치게 된다.
현재 과세 체계에서 상가와 오피스 등 비주거용 부동산은 과세표준이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정해져 주택이나 토지에 비해 세금을 덜 낸다는 조세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또 같은 건물이라도 국세인 상속세는 국세청 기준시가를 적용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는 행정자치부 시가표준액에 따라 부과돼 과표 기준이 달라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토지나 주택처럼 가격공시가 이뤄지면 세금이 오를 수밖에 없어 참여정부인 2005년 첫 도입 방침이 발표됐으나 지금껏 미뤄져 왔다.
내년 이후 가격공시가 이뤄질지는 국토부보다는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이 종합적인 판단하에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보유세 인상과 관련한 방침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았다.
증세 자체가 워낙 민감한 문제인 데다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 도입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정책은 조세저항을 감안해 장기적인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당장 몇 퍼센트 세금을 올린다는 식이 아니라 정책적인 무리 없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 천천히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부동산 보유세를 올린다면 양도세 등 거래 관련 비용은 낮춰 국민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도입을 더 미루기는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며 "경기를 감안해 과표 현실화를 어느 수준으로 할지는 정부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거래량만 보면 최고 활황기처럼 보이지만 시중 유동자금이 갈 곳이 없어서 돈이 몰린 것일 뿐, 임대수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