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최초 학교협동조합 '개업'
대구방송통신고 청소년반 학생
"경험 통해 배우는 산교육현장"
학생 한 무리는 목공실에서 나무를 다듬고 망치질에 푹 빠져있다. 또 다른 학생들은 가사실에서 천연한방 재료를 섞어가며 샴푸를 만들고 있고, 맞은편 제과제빵실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솔솔 새어 나온다.
점심시간이면 '바리스타' 교육실에서 사장과 사장이 모두 학생인 신기한 카페가 열린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다.
바로 학교협동조합이 있는 대구방송통신고등학교 청소년반의 수업풍경이다.
대구방송통신고등학교 청소년반은 학업중단 청소년을 대상으로 2016년 3월 1일에 문을 열었다.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떠난 경험이 있는 이들 청소년에게 '국영수'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교육은 맞지 않았다. 대구시교육청은 학업 중단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고민한 끝에 방송통신고라는 '특별학교'를 개설하게 됐다.
이 학교 청소년반에 맞춤형 수업의 일환으로 협동조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직접 팔아보고,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학교협동조합 모델을 구상했다. 수업시간 대부분은 목공, 화장품, 베이킹 등 체험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주말에는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바자회를 열어 물건을 팔고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
그렇게 1년을 준비한 끝에 지난해 12월 9일 대구 최초의 학교협동조합 '대송 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했다. 교육부는 심사를 거쳐 지난 3월 29일 인가를 내줬다.
대송 사회적협동조합 윤광민 학생이사는 "협동조합은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이라며 "처음 시작했을 때 각양각색이었고 협동과는 어울리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먼저 제안하고 목표를 정하고 그걸 달성하려는 자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학교에 나오는 것 조차 힘들어 했던 학생들이 어느새 협동조합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교사이사인 김민숙 선생은" 교육사업인 대송 사회적협동조합의 가장 큰 목표는 교육적 효과이며 수익과 성과보다는 학생들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며 "협동조합 1년의 결실은 학생들의 눈빛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학교에서 근무하다 명예퇴직한 정호영 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활동으로 얻어지는 수익금은 학생들의 국외이동학습, 연탄 나눔 봉사활동, 김장 담그기 등 학생과 이웃을 위하여 사용할 계획이며 벌써부터 1년 뒤의 변화된 학생들의 모습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방통고는 29일 학생과 교사의 난타공연으로 화려한 협동조합 개업식을 가졌다. 이날 개업식은 학생조합원의 주도로 협동조합 퀴즈대회 '도전! 대송벨을 울려라', 협동게임, 학생들 댄스공연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학생조합원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어 공연 연습을 하고, 음료와 간식을 직접 준비하고, 행사장을 꾸미고, 방명록을 만드는 것까지 머리를 짜내 직접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