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서울 서대문구 동복지거점
동주민센터 기능전환, 복지직원 현장으로
추가 예산투입 없이 방문서비스 확대
첨단기술 접목한 동네지도 효과 톡톡
"친환경 무상급식이나 청년수당이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었고 복지가 포퓰리즘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복지는 국가의 이상, 행정의 목표입니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수동적으로 찾아오는 주민에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개별 주민 삶을 한단계 상승시키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대문구는 주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인 동주민센터에 주목했다. 민원행정 중심이던 동주민센터 업무·인력구조를 개편, 청소 주차는 물론 수급자 변동사항이나 부정수급 등 복지분야 일반 행정업무를 구청에 넘기고 기존 복지기능에 방문간호까지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한 '동 복지 거점화'다. 이는 2015년 출발한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이듬해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700개 읍면동에 도입한 행정복지센터 원형이 됐고 새정부도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강화'를 약속했다.
◆주민 복지도우미 조례에 명시 = 주민들 복지욕구는 다양해졌는데 내부에서 충족시킬 수 있을까부터 따졌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1명이 기초수급자 135명을 관리하고 있는데 일반 행정직은 가급적 복지업무를 피하고 싶어 했다. 복지 담당 직원 확충이 급선무였다.
"일반 주민들이 동주민센터를 찾는 주된 이유는 각종 증명 발급인데 인터넷이나 무인민원발급기로 다 되잖아요?" 문석진 구청장은 "행정 중심 동 기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소 교통 민방위 업무 대부분을 구청으로 이전하니 민원 7, 주민생활지원 3이던 업무비중이 행정복지 6대 민원 4로 조정됐다. 주민자치회관 운영과 자원봉사자 배치 등은 주민에 위임했다.
그렇게 확보된 인력은 복지업무에 투입했다. 퇴직을 목전에 두고 한적한 마무리를 원하는 사무관이 아니라 '복지동장'에 총괄을 맡겼고 '복지 코디네이터'가 초기 종합상담과 사후관리를 맡아 원스톱서비스를 지원했다. 보건소에서 한나절씩 동네로 방문간호를 나오던 간호인력은 동주민센터에 상주하며 복지공무원과 함께 각 가정으로 찾아갔다. '보건소 소속인데 왜 동에서 근무해야 하느냐'는 반발보다 기존 복지 대상자 가운데 89%는 보건서비스를 함께 필요로 한다는 분석결과가 강했다. 동네를 가장 잘 아는 주민도 복지인력으로 바뀌었다. 통장 470여명에 '사는 동네만 맡아 달라'며 '복지통장' 임부를 부여했다. 통·반장 조례에도 복지도우미 역할이 명시돼있다.
도움이 절실한 이웃은 마을에서 품었다. 기초 생활유지나 진학 등을 위한 후원금을 한 가정이 '자립할 때까지' 지원하는 '100가정 보듬기'가 대표적이다. 개인이나 기관·기업이 매달 10만~50만원씩, 100가정 지원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7월 현재 474 가구가 자립을 준비 중이다. 누적 지원금만 24억여원에 달한다.
2012년 2개 동에서 시작해 그해 가을 5개 동, 이듬해 14개 동 전체로 확대, 동 복지 거점화를 완성했다.
◆사각지대 줄이는 정보기술 = 정보기술과 결합이 다음 단계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과 그 주민을 효율적으로 찾아내야 하는 공무원을 맛집이나 길 찾기처럼 지도로 연계하자는데 착안했다. 복지 대상자를 위기 정도에 따라 빨강(고위험) 주황(중위험) 저위험(파랑)으로 구분해 지도에 표시하고 임대주택 일자리 집수리 등 필요로 하는 지원, 그리고 마을에서 연계한 서비스와 방문이력을 세부정보로 포함시킨 '복지지도'다. 위기가구 밀집지역이나 빈곤취약계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동네 지리에 낯선 직원이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보살핌이 필요한 대상자를 찾아갈 때는 길잡이로 활용한다.
카카오톡 등 사회적관계망을 활용한 복지사각지대 발굴신고, 공공·민간 복지서비스와 사업 공급주체 생애주기 가구유형에 따른 자원 정보를 망라한 빅데이터 '맞춤형 복지검색'까지 서대문형 복지는 매일 새롭게 강화되고 있다. 문석진 구청장은 "재정을 투입해 인력을 늘리는 방식 대신 기능을 바꿔 추가 예산부담 없이 복지전달체계를 혁신했다"며 "젊고 유능한 동장을 보내고 각 부서에서 기피하는 속칭 '고문관'은 구청으로 보냈더니 주민들이 변화를 체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