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서울 금천구 맞춤형임대

'홀몸노인 원룸' 공공임대 새 모형 만들어

2017-08-03 10:26:32 게재

청년·예술가 … 수요자 맞춤주택 확대

행정효율↑ 도시환경개선·일자리창출

"기초수급자 생계비가 월 평균 43만원인데 임대료가 20만원이에요. 공과금이랑 의료비 빼면 한달에 13만원으로 살아야 해요."

서울 금천구가 홀몸노인 가정 전수조사에 나섰을 때 생계비 절반을 투자한 노인들 주거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대부분 창문도 없는 반지하 방에 살기 때문에 햇빛도 환기도 습도조절도 안되는 공간이었다. 임대주택이 있지만 혼자 살기에는 면적이 넓어 노인들은 주거비 부담 때문에 외면하는 실정이었다.

서울 금천구가 처음 시도한 홀몸노인 공공원룸 보린주택에 입주한 주민들이 경로당 입구에서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주거비 줄어드니 삶의 질 높아져 = 홀몸노인을 위한 주문제작형 임대주택을 구상, 2013년 9월 서울시 현안토론회에서 '공공원룸'을 제안했다. 원룸과 함께 노인들이 함께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동공간에 소일거리를 할 수 있는 옥상텃밭, 승강기와 안전손잡이에 태양광 설비까지 갖춘 보린주택 1호점이 그렇게 탄생했다. 홀몸노인 공공원룸은 2015년 서울시 복지정책으로 채택됐고 청년창업가를 위한 도전숙 등 수요자에 맞춰 설계한 공공임대로 확산됐다. 정부도 홀몸노인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을 전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노인들은 자신이 살던 공간 가까이, 지금껏 살던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삶을 마무리하기 원해요."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공공원룸으로 노인들 주거가 안정될 뿐 아니라 주거비용을 줄이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연면적 431.8㎡인 지상 6층 건물은 구상부터 달랐다. 16세대를 위한 작은 임대주택으로 노인들은 14.44~22.64㎡ 크기 개별 원룸에서 일상을 보내면서 공동체공간 옥상텃밭 등에서 함께 생활하도록 꾸몄다. 하지만 노인들 움직임을 고려한 너른 복도나 저층 다세대주택에는 없는 승강기와 노인을 위한 안전시설 등을 배치하면서 전용면적이 줄고 공사비가 추가돼 한동안 사업자를 찾지 못해 고전했다. 건설분야 예비 사회적기업마저 수익성이 없다며 외면했고 서울시와 머리를 맞대 저리융자를 연계한 뒤에야 업체를 찾을 수 있었다.

공급자인 공공기관이나 민간사업자보다 집에서 살 사람을 우선한 맞춤형 원룸은 노인들 표정을 바꿨을 뿐 아니라 여느 임대주택과 달리 인근 주민들도 우호적이다. 특히 건물 1층에 주차장을 배치한 점이 주효했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노인들 대신 동네 주민에 주차공간을 제공하고 수익금을 관리비에 보탠다. 주차장 운영과 주택 관리는 자활기업에 맡겨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었다. 깔끔한 임대주택 외관은 인근 불량주택 개선 등 동네 환경개선으로 이어졌다.

독산동 1호점에 이어 시흥동과 독산동에 2~4호점이 잇따라 문을 열었고 총 56세대가 입주해있다. 인근 보육시설 어린이들이 공동체공간을 찾아 노인들과 교류하고 동네 미술학원에서 노인들에 특별 그림지도를 하는 등 공공원룸을 중심으로 한 마을복원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성수 구청장은 "노인들이 서로를 돌보면서 고독사가 예방되고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복지 대상자가 한곳에 모여사니 관리가 쉬워져 행정비용이 절감된다"며 "마을과 연결된 공동체 공간으로 세대·이웃간 교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계층 어우러진 마을문화 실험 = 홀몸노인 공공원룸에 이어 청년층 성장과 자립을 돕기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이 곧 문을 연다. 가산동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인근에 마련한 'G밸리 하우스'다. 기업가 근로자 예술인이 거주할 5층 규모 3개 동에 48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구는 각 동별 공동체공간을 활용해 '주거 돌봄 마을관리소'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웃간 교류와 공동체 활성화를 도울 예정이다.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모형을 만든 금천구는 노인은 물론 신혼부부 여성 청년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마을에서 어우러지는 또하나의 실험에 도전한다. 가산동 옛 서울반도체 부지에 추진 중인 9개 동 115세대용 공공원룸이다. 신혼부부 예술인 여성 청년 홀몸노인이 각각의 원룸에 살면서 공동체를 일궈나가도록 구상했다. 차성수 구청장은 "다양한 계층이 따로 또 같이 살면서 각각의 문화가 융합돼 마을공동체 복원으로 이어지는 신개념 주거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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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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