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 | 서울 성동구 둥지내몰림대책

청년·예술가 상권 보호하니 지역가치 상승

2017-08-18 11:01:53 게재

건물주·세입자 상생협약, 임대료 안정효과

대기업가맹점 입점제한 '안심상가' 선보여

"성수동 자체가 사회적기업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곳인데 동네가 뜨면서 임대료가 올라 떠날 수밖에 없는 청년기업가들이 생겨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취임하던 해 성수동지역이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에 선정,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게 됐다. 도시재생으로 공동체가 되살아난 마포구 성미산마을이며 경남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도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 등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조례'를 제정했고 상생협약으로 건물주 동참을 이끌어냈다. 여야 단체장을 넘어 전국 47개 지자체가 지방정부협의회에 소속돼 국회의 관련 법 제·개정 움직임을 이끌어냈고 문재인정부는 7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특별법 추진을 약속했다.

성동구는 임대료 안정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은 점포가 표시된 상생 상가지도를 제작, 주민들과 성수동 방문객들에 제공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건물주 62% 지속가능발전 선택 = "낙후됐던 동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치솟고 당초 동네를 가꾸던 세입자들이 떠나면 피해는 지역 전체로 돌아옵니다. 지역 특성을 잃어버리고 결국 상권도 쇠퇴하거든요."

정 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준비하면서 전담반을 꾸리고 구체적인 사례연구를 시작했다. 지자체와 주민 협치로 해법을 찾은 미국 뉴욕시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 시민이 정책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임대료 방침 위원회에서 인상률을 결정하는 형태다. 둥지내몰림이 발생했거나 우려되는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하고 주민자치위원과 건물주·세입자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꾸렸다. 주민들은 공동체 생태계나 지역상권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업체·업소를 제한할 수 있다.

구가 나서 건물주를 설득, 세입자와 함께 상생협약을 맺었다. 공무원들이 건물주를 찾아가 임대료 상승으로 지역 전체가 쇠퇴한 국내외 사례를 알리고 상권안정에 동참해달라고 설득했다. 전체 건물주 255명 가운데 62.4%에 달하는 159명이 단기 이익보다 공동체 상생과 지속가능발전을 택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건물주는 90%가 넘는다. 성수1가2동에서 시작한 상생협약은 지난 7월부터 성수1가1동과 성수2가1동까지 확산 중이다. 인근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도 건물주 61.2% 참여를 이끌어냈다. 임대료를 낮춘 건물주는 공공에서 지원한다. 5월부터 '임대료 안정 이행협약 관리지침'에 따라 해당 건물은 20~30% 가량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는다.

정책시행 2년만에 눈에 띄는 효과를 확인했다.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611개 업체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 계약을 갱신한 92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임대료 평균 인상률은 3.7%로 지난해 17.6%보다 하락했다. 특히 상생협약을 맺은 곳은 인상률이 2.9%에 그쳐 동참하지 않은 곳 평균 4.5%와 비교하면 60% 수준이었다. 정원오 구청장은 "처음에는 건물주 재산권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상생만이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관련 소송 대비도 했는데 단 한건도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상인들을 보호할 또다른 축은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는 안심상가 조성.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릴 경우에 대비한 단기 안심상가는 지식산업센터 내 132㎡ 규모를 매입해 마련했다. 길게는 2년까지 장사할 수 있는데 지역 상권이 안정된 덕에 입주자 모집에 번번이 '실패'했다.

◆전국에서 내쫓긴 상인 성동구로 = 12월 장기안심상가가 들어서면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완결된다. 연면적 6920㎡ 상가는 전국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린 상인들로 채운다. 특히 1~4층은 특화된 음식점으로 구상 중인데 둥지내몰림 방지대책에 대한 공감대를 키우기 위해 미리 사연을 접수할 구상도 있다. 5~8층은 청년창업자와 소상공인 사회적경제조직 등에 내줘 또다른 상생을 꾀한다. 정원오 구청장은 "민간과 협약을 맺고 공방·수제품가게가 입점할 안심상가도 마련했다"며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독특한 성수동 거리가 형성·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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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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