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②

종복원 첫 단추는 지역주민 수용성

2017-08-23 10:31:32 게재

인간과 공존 이점 알려야 위험성 낮아져 … "정부 주도에서 시민사회와 역할분담"

최근 경북 김천 수도산에 반달가슴곰 KM-53이 발견되자 멸종위기종복원사업에 때아닌 적신호가 켜졌다. 인명피해 등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커진 것. 덕분에 2~3년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간간히 나오던 늑대나 스라소니 종복원 얘기는 쏙 들어갔다. 멸종위기종복원사업이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 지역주민 공감대 형성이 필수라는 얘기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대상 중 하나인 산양.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3년생 반달가슴곰 KM-53은 지난 6월 14일 원래 살던 지리산에서 80km 정도 떨어진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돼 포획 당했다. 이후 7월 6일 지리산에 재방사했으나 또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해 지난달 25일 재포획 됐다.

지역 주민이 불안해하면 생태환경 좋아도 불가능 = 반달가슴곰 외에도 여우 산양 따오기 황새 등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증식·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증식·복원 대상종 54종 중 32종은 증식·복원 단계를 거치고 있다. 대륙사슴 사향노루 저어새 등 나머지 16종은 기초조사 및 증식기술 개발 중이다.

각 종마다 생활습성이나 특색이 제각각인 만큼 종복원사업 계획이 동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1가지 공통점은 있다. 바로 인간과의 공존이다.


최태영 국립생태원 생태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해당 멸종위기종이 10마리가 살 수 있는 자연 상태라도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한다면 1마리도 살기 힘들다"며 "그 지역에 몇 마리가 살 수 있는지는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실행위원장은 "2004년 지리산에서 본격적으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할 때도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며 "야생동물, 더군다나 멸종위기종이 인근에 서식하면 종전과 달리 여러 생활적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에 마찰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윤 실행위원장은 "곰이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며 "12~13년 동안 다행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는데, 이는 지역시민들과 공감대가 쌓여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 유기적 관계 형성 중요 =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장은 "멸종위기종복원 사업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시점"이라며 "멸종위기종과 인간과의 공존 문제는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센터장은 "각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존중하고 좀더 유기적인 연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종복원 관련 생물학적 지식이나 기술 등은 해당 전문가들이, 대국민 교육이나 홍보 등은 시민사회가 하는 식으로 무게 중심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실행위원장은 "그동안 환경부가 공존의 과제를 이슈화하는 데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반달가슴곰축제 등 해당 지역에 종복원사업이 실시되면 지역주민에게 이로운 점이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이 같은 일들을 다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교육이나 홍보 등은 시민사회가 오히려 더 강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멸종위기종 개체 수 증가 위주로 사업을 펼치다 보니 정부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라며 "생존가능개체까지 도달한 경우 개체들이 각 지역으로 확산될 터이므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북해도 시레토코 반도에 있는 시레토코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이 주민협력으로 이뤄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립공원내 서식지 관리 정책을 야생동물 관리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공원 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지자체 재단 민간기구 등이 각각 권역과 역할을 분담해 관리, 생태관광을 통한 지역 주민의 이익증대는 물론 안전사고 문제도 함께 해결했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연재기사]
① 부처별로 제각각 서식지 관리, 한계 봉착 2017-08-21
② 종복원 첫 단추는 지역주민 수용성 2017-08-23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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