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기금·기관투자자들 나서야"

2017-08-29 10:40:08 게재

기업 지속가능한 성장 …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

"기관투자자는 타인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자로서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 향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고객과 수익자의 중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할 책임을 가진다. 수탁자 책임의 성공적 이행은 회사의 발전을 유도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자본시장과 경제 전반의 건전하고 내실 있는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한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해설서에 나와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수탁자 책임에 대한 설명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내 공적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그동안 사회책임투자에 입각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사회책임투자의 한 형태로 단순한 의결권 행사지침이 아니라 수탁자책임을 위한 주주권 행사지침"이라며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반영되도록 주주제안과 대화를 하는 등 주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책임투자(SRI)는 투자대상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적 측면만이 아니라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의 비재무적 측면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전 세계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22조8900억달러에 이른다. 2014년 초 대비 25.2% 성장한 금액이다. 주로 유럽과 미국이 사회책임투자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지역은 기업의 50% 이상이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일본은 아베 정부의 사회책임투자 장려정책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초 일본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70억달러에서 2016년 말 4740억달러로 늘었다. 또 아베총리는 2015년 유엔 정상회담에서 일본공적연기금(GPIF)의 책임투자원칙기구(PRI)서명을 발표했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8일 기준 PRI에 서명한 자산운용사는 33곳, 연기금 14곳, 자문기관 12곳 등 총 59곳이나 된다.

반면 한국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약 7조원으로 글로벌 규모에 비추어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의 사회책임투자는 공적연기금이 주도하고 있으나, 총 운용자산 규모 대비 사회책임투자 비중은 1% 대에 불과하다. 2009년 국민연금이 PRI에 참여한 이후 추가로 참여한 연기금은 한 곳도 없으며 자산운용사는 안다자산운용 1곳, 자문기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ESG모네타, 모닝스타코리아 등 4곳으로 총 6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시작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투자자는 현재 4곳에 불과하다.

앞으로 사회책임투자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공적연기금과 금융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사회책임투자에는 공적연기금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며 "자산운용사들이 자발적으로 먼저 나서기는 어렵고 국민연금과 같이 자신의 자산을 운용사에 맡기는 곳이 어떤 투자를 생각하느냐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의 인식은 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사회책임투자는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만큼 기업은 사회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모든 금융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적절한 법적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 기업은 이윤 추구 이상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고 투자자들은 착한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투자 수익을 누리는 투자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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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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