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주주권 행사는 그림의 떡?

2017-08-29 12:25:17 게재

이전 정부,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금기시

상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주주의 권리행사를 한국의 국민연금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아직까지 소극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활성화로 기관투자자들의 소극적 주주권행사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상법에는 기업의 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사 가능한 주주권을 나열하고 있다. 주주가 회사에 대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대표소송). 이사나 감사가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주주총회에서 그 해임을 부결할 때, 1개월 내에 이사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도 있다(이사 감사 해임청구권). 이외 회계장부열람권이나 주주총회 소집청구권, 주주제안권 등이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소수 주주들의 권리행사는 2001년 이후 진행된 참여연대의 주주권행사를 통한 기업지배구조개선 활동 외 드물었다. 이는 소수 주주들이 주주권을 행사하더라도 지배구조상 오너를 포함한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이 많아 주주총회 등에서 문제 제기를 해도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 힘든 환경과 관련이 있다.

이에 그동안 대량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에만 집중했다. 2015년만 해도 2836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진행했지만 대표소송, 주주 제안이나 이사 감사 선임 및 해임 청구 등과 같은 상법 및 개정상법에서 허용한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경영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법 상 주식을 대량 보유한 경우(5%이상)나 주요주주(10%이상 보유)가 되면 주식을 사고 팔 때 수시로 공시를 해야 하는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공시에 어려움이 있다. 재무투자자로서 수익 획득에 한정해 활동하고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주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만 수시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그림의 떡이였던 셈이다. 아울러 국민연금기금운용상 주주권행사를 논의, 심의하는 조직 자체도 없었다.

또 자산운용사들도 그동안 주주권행사에 인색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산운용사들이 거래 기업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주식시장에서 특정기업에 대량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를 행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실행위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난 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연말 쯤 연구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제도도입 관련해 대기업들의 저항이 있겠지만 정부가 기업 존망에 영향을 미칠 경영권 범주가 아니고 경영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선에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보여주면 사회적으로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내년 초 참여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경영을 바꾼다│① 첫발 뗀 경영감시] 제도 시행 8개월, 참여 기관투자자 4곳뿐
"공적연기금·기관투자자들 나서야"
[인터뷰│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주주활동, 기업가치 높여"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