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 | 경기 성남시 청년배당

청년에 자신감, 골목상권에 활력 불어넣어

2017-08-30 10:52:25 게재

' 기본소득' 지역화폐로 지급

"다 죽어가는 시장 살아났다"

"청년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지지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자신감을 되찾는데 청년배당이 확실히 기여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성과는 골목상권 활성화죠.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큽니다. 재래시장의 빈 점포가 사라지고 매출도 증가했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남한산성 시장에서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 성남시 제공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년배당'을 실시한 지 2년이 채 안됐지만 지역사회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자신했다. 성남시가 2015년 말 '청년배당'을 도입할 당시 중앙정부와 여당은 강하게 반대했다. 야당과 진보진영은 기본적으로 찬성했지만 청년배당의 설계방식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득이나 취업여부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기본소득' 개념을 청년정책에 도입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로 지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청년배당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 만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들의 역량개발을 돕는 동시에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도입하는 '아동수당'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년배당으로 두마리 토끼 잡는다 =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애초 정책을 설계할 때부터 '기본소득' 개념의 복지정책과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목표를 뒀다. 재산 소득 취업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2016년 1월부터 분기별로 25만원씩, 연 100만원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시는 지난 2014년 청년배당을 정책연구과제로 선정, 3개월 간 연구용역을 거쳐 기본 골격을 만들고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심사협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 때문에 첫 해엔 관련 소송 및 중앙정부의 교부세 패널티에 대비해 절반인 12만5000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관련 소송의 연내 판결이 불투명해면서 당초 약속대로 청년배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만7745명, 올해 1분기 1만482명, 2분기 1만603명이 배당을 받았다.

청년배당이 시행되자 수혜당사자인 청년은 물론 지역소상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청년배당을 받은 청년들은 SNS 등을 통해 "청년배당을 받으면서, 나는 돈보다 더 소중한 자신감을 얻었다" "사회가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를 돌아봐줬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남시가 1분기 청년배당 수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96.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1년 6개월만에 가맹점 1700개 늘어 = 소상공인들의 반응도 청년들 못지않다. 오히려 그 이상이다. 한 해 청년배당으로 유통되는 상품권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공공산후조리원 지원사업, 생활임금 등을 합하면 상품권으로 지급되는 예산이 연 200억원에 달한다. 재래시장 등 지역상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유통량이 증가하면서 지역소상공인들의 매출도 자연히 증가하고 있다. 상품권 가맹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12월 7151곳에서 올해 7월 31일 현재 8859곳으로 1708곳이 늘었다. 상품권 회수율도 91.82%에 달한다. 임 진 성남시 상권활성화팀장은 "지역상품권의 회수율은 타 지역의 경우 30%도 안되는 곳이 많다"면서 "상품권이 유지되고 가맹점이 늘어난다는 것은 지역화폐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성남시 전체 소비규모로 보면 작을지 몰라도 200억원 가량이 어떤 식으로든 전통시장, 골목상권에서 쓰인다"면서 "지자체 정책이 고객의 소비행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배당에 따른 상품권 유통은 새로운 계층에게 지역골목상권을 이용하도록 하는 유인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권이 주로 구시가지에서 소비됐지만 지금은 분당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소비되고 있다.

박진식 금호시장(분당구 수내동) 상인회장은 "매월 200만원 정도는 상품권을 받는데 부모가 자식에게서 상품권 받았다며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성남사랑상품권 때문에 다 죽어가던 시장이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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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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