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은식 세계생태학회장
"한국이 세계 생태학 허브되길"
중국, '생태문명' 강조
이대로는 곧 역전 당해
지난달 세계생태학회장에 선출된 김은식(63)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는 11일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산림·환경학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직함은 아시아-태평양생물다양성 관측네트워크 공동위원장, 국립생태원 비상임이사 등 한두 개가 아니다.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뤄진 인터뷰 당일에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생태·기상·ICT융합포럼'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제8차 세계생태학대회를 열 기회가 생겼죠. 당시만 해도 '과연 우리가 이 큰 행사를 치러낼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많았어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과 의기투합해 어렵게 세계생태학대회를 서울 코엑스에서 열었어요.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이후 세계생태학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게 됐죠. 이번엔 세계생태학회장까지 되니, 할 일이 많네요. 이번 기회에 한국이 세계 생태학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볼 생각입니다."
세계생태학회장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돈이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업무만 많아질 뿐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마이너스라고. 하지만 그는 생태학자로서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생태학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4대강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청와대에 보냈죠. 흘러가는 물줄기를 보로 막는 것은 당연히 인공저수지를 만드는 일밖에 더 됩니까. 그런 사업이 강을 살린다니, 말도 안 되죠. 어렵게 설명할 것도 없어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을 생각하면 답이 나오죠."
그는 요즘 생태 기상 환경 IT 등 각 분야별로 흩어져 있는 각종 생태 정보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한반도의 생태계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변화를 분석하고 예측, 나아가 일반인들이 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등은 이미 이러한 네트워크가 탄탄해요. 우리나라는 땅 면적도 작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많은데, 아직 불모지나 마찬가지죠.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보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이는 곧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에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학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