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 |서울 동작구 보육청
보육시설 우수자원은 동작구로 몰린다
교사 승진체계 만들고 원장 임면은 구청장이
2018년이면 지역 영유아 절반 국공립서 돌봐
"국공립 보육시설 교사를 선발할 때 우수자원은 동작구로 먼저 옵니다. 그만큼 입소문이 난 거지요."
민선 6기가 시작되면서 서울 동작구는 '아이들이 만나는 첫번째 세상'에 주목했다. 미래세대를 키워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인 보육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서 보육의 질을 평준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만나는 첫번째 사람인 보육교사가 피곤에 찌들어서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 없다"며 "직업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면 곧 지치고 쓰러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육아종합지원센터 기능을 대폭 강화해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 같은 '보육청' 역할을 하도록 했다. 승진체계를 만들고 근무여건을 공무원 수준으로 높여 보육교사가 아이들에 집중하도록 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을 보육청에서 통합관리, 품질을 고르게 높였다. 새정부는 동작구 실험결과에 주목, 보육을 비롯해 보건분야 등 인력관리와 서비스를 공공에서 책임지는 사회서비스공단을 꾸리기로 하고 광역지자체단위로 준비 중이다.
◆보육교사도 원장이 될 수 있다 = "어린이집 원장 임면권이 구청장에 있어 다른 지자체보다 유리한 상황이었어요."
전전임 구청장 시절 '보육·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조례'에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하되 위원회 심의를 거쳐 구청장이 임면한다'는 조항을 마련해둔 것이 민선 6기 보육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토양이 됐다는 얘기다. 통상 원장이 시설 운영을 맡은 법인과 상의해 보육교사를 선발·관리하는데 동작구는 원장부터 교사까지 구에서 인사권을 행사한다.
2015년 7월부터 6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구청장이 보육교사까지 통제하려 한다는 구의회 반발에 서울시 공모사업을 따내 육아종합지원센터에 기능강화팀을 신설하고 전문요원을 선발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부터 보육청으로 통합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위탁운영하는 시설에 따라 보육수준에 차이가 나고 전문적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존 위탁이 끝나는 시점에서 전환, 현재 51개 시설 가운데 37곳을 보육청이 맡고 있다.
보육교사 승진·전보인사 제도를 도입해 교사들이 직업인으로 자긍심을 갖도록 도왔다. 개별 어린이집 단위로 교사를 채용하던 방식을 보육청에서 통합 채용한 뒤 시설에 배치하도록 바꾸고 대체인력망도 꾸렸다. 교사 경력에 따라 주임교사나 선임교사에 이어 원장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전보제도를 도입해 다양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이창우 구청장은 "보육교사를 신규 채용을 할 때 경력자를 기피하는데 동작구는 민간·국공립 구분 없이 이전 경력을 모두 인정한다"며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를 확대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을 '출근하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기 위해 해외 보육정책 연수나 연구모임 치유동아리 지원을 비롯해 우울증 관리 등을 도입했다. 올해부터는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자율적으로 연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휴식시간 연차휴가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도록 대체교사 인력을 확보해 지원하는 형태다. 10월까지 시범사업 성과를 살핀 뒤 내년에는 전체 국공립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책 우선순위는 주민이 결정 = 보육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기반시설도 확충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다. 2015년 6곳을 시작으로 지난해 5곳, 올해 9곳을 추가한다. 내년에 5개 시설이 문을 열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 가운데 절반은 국공립에서 돌볼 수 있게 된다.
동작구는 학부모 보육교사 시설장 등이 한데 모이는 보육정책 토론회를 성공 배경으로 꼽았다. 주민들이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자리다.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으로 주민들 스스로가 '아이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창우 구청장은 "처음에는 인사와 관련한 불신도 있었는데 사라졌고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많이 좋아한다"며 "현장의 소리를 듣고 보육청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