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 |서울 영등포구 꿈더하기

'영등포 김탁구 찾아라' 발달장애인에 꿈을 주다

2017-10-10 10:17:36 게재

국내 첫 고교생 대안학교, 제과제빵 직업훈련

구청부터 일자리 마련 '사회적 협동조합' 성장

"구의회 의장시절 발달장애아 부모모임이 꾸려졌는데 구청장이 되고 난 뒤 면담요청이 들어왔어요. 부모 가운데 60%는 우울증을 앓고 있을 정도로 힘겹다고 호소를 해요."

서울 영등포구가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조길형 구청장이 꿈더하기 카페에서 발달장애인과 함께 빵 만들기를 위한 반죽을 하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오랫동안 경기도 인근 장애인시설 봉사를 다닌 터라 발달장애인 특성과 부모들 고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풀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나씩 풀었다. 부모들의 경제·심리적 부담을 덜고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꿈 더하기' 사업이다.

구청부터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마련해 민간 일자리로 연계했고 '제빵왕 김탁구'에서 착안한 직업훈련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베이커리와 카페로 확대됐다. 아이들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 자립에 한층 가까워졌고 구는 고교생을 위한 맞춤형 대안학교에 이어 내년이면 중학교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새정부는 국민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 중 하나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립환경 조성을 100대 과제에 포함시켰다.

발달장애인 특성교육 체계화 =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는 교육이 없어요." "가족과 함께 어울리며 편히 쉴 수 있는 휴식문화공간이 필요해요."

조길형 구청장은 "발달장애인 자녀와 24시간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심리적 부담과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일회성 민원으로 흘려 듣지 않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은 다른 장애인보다 취업·교육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라 우선 지원이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가 지역에 있다는데 주목했다. 전문가들도 지적·자폐장애아 대부분 신체가 정상적으로 발달,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고 반복교육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 유일 제과전문학교인 한국제과학교와 협약을 맺고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직업교육시설을 꾸몄다.

연령대별 맞춤교육과 직업훈련, 가족 휴식을 아우르는 공간이 다음 단계였다. 가족들과 면담, 사전조사를 거쳐 수요와 욕구를 파악했고 발달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편한 곳을 찾았다. 바리스타 심리미술 탁구 판소리 모래놀이 놀이과학 풍물 등 아동·청소년과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에 부모과정까지 '꿈더하기 지원센터'는 2013년 개관 후 연간 500명이 이용한다.

지난해 신길동에 청소년 복합문화시설 유스스퀘어가 들어서면서 발달장애인 꿈 지원이 한층 강화됐다. 꿈더하기 지원센터 2관을 마련, 심리상담 특수재활 등 특화과정과 함께 바리스타 전문반, 사회적응훈련반을 개설했다. 무엇보다 일반고교와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꿈더하기 학교'가 문을 열었다. 조길형 구청장은 "서울시교육청, 특수학급 교사, 학부모간담회 등 발로 뛰어 교과과정이 향후 직업과정과 연결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내년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중학교 과정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난생 처음 통장을 만들다 = "얼마전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첫 월급을 받았다며 감사인사를 왔어요. 난생 처음 만든 통장이라 품에 안고 잔대요."

공공이 먼저 나서 '괜찮은 일자리'를 마련했다. 장애인고용공단 자문을 받아 구 업무 가운데 가능한 직무를 발굴해 실무수습과 채용평가를 거쳐 2013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을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했다. 도서관 푸드마켓 등 공공시설 환경정리와 사서도우미 등 매년 10명이 하루 5시간씩 일하도록 했다. 구에서 실력을 쌓은 청년들은 일반 기업 진출도 한다. 효성ITX 콘래드서울호텔과 협약, 바리스타 연회장 서빙 등 5명이 일자리를 얻었고 KT노량진전화국 등에도 취업했다.

10평 남짓 규모인 '꿈더하기 베이커리'와 '꿈더하기 카페'에 더해 발달장애인이 생산하거나 기부받은 물품을 대여·판매·배달하는 사회적기업이 지난 5월 사회적 협동조합 인증을 받았다. 조길형 구청장은 "일자리를 얻은 청년들은 사회환원을 이야기하고 꿈더하기사업은 지난 2월 대통령상을 받았다"며 "민선 5기부터 변함없이 추진하고 발전시켰던 꿈더하기 사업이 안팎에서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인터뷰 |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 "대규모 장애인시설은 생색내기용"

['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 연재 보기]

이제형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