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

"대규모 장애인시설은 생색내기용"

2017-10-10 10:18:45 게재

필요한 곳에 소규모로 정부·광역에서 지원해야

"발달장애인 베이커리와 카페를 만든다고 했을 때 모든 주민들이 반겼던 건 아니에요. 주민자치위원회부터 반대를 했죠."

조길형(사진)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최근 인근 강서구 등지에서 장애인 학교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시설을 대규모로 집적시키면 안된다"며 "생색내기용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시설이냐'는 주민들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가 직접 주민자치위원들을 만나 '함께 살자'고 설득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 의견을 듣고 아이들과 부모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낙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역시 신길동에서 오랜 이웃으로 살아온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이웃들을 설득, 효과를 봤다. 지금은 카페와 베이커리가 주민들 쉼터가 됐다. 조길형 구청장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에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협의해 진행하면 큰 무리가 없다"며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소규모로 시작해 성과를 지켜본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등포구는 부모들에게 더 좋은 사업안이 없느냐 독촉할 정도로 발달장애인 사업이 자리를 잡게 됐다.

"중앙정부가 할 일을 지자체에서 먼저 실험했어요. 물론 서울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죠."

예산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그렇게 7년. 발달장애 청년들은 전에는 꾸지 못했던 새로운 꿈을 꾼다. 월급을 모아 부모와 함께 해외여행을 하겠다고도 하고 가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내비친다. 무엇보다 자유시간도, 갈 곳도 없던 부모들이 요즘 자신의 미래를 성계하는데 집중한다. 조길형 구청장은 "교사 공무원 등 좋은 직업을 버리고 자식 뒷바라지에만 매달렸다"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부모는 관련 일자리를 우선 알선한다"고 설명했다. 조 구청장은 "꿈더하기 협동조합 일터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웃음을 접할 때면 너무 뿌듯하다"며 "사회적 약자를 가족처럼 보듬어 소외되는 주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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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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