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주목받는 지자체·정책 |서울 구로구 공공와이파이
도시 곳곳에 무료 와이파이 '통신복지' 선도
구로구, 마을버스·공원에서도 데이터 공짜
주민 71.4% "월 5000원 전화요금 절감효과"
사물인터넷 연계 '똑똑한 행정' 구현 계획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구로 와이파이'에 연결됐다는 알림이 계속 떠요. 귀찮을 정도예요."
이 성 서울 구로구청장은 "지역 전체에 와이파이망이 구축돼있는 걸 실감하게 된다"며 웃었다. 1970·80년대 산업화를 이끌던 구로공단이 2000년대 들어 첨단 디지털단지로 변모했다. 이에 걸맞은 사업을 구상하다 와이파이에 착안했다. 공공 청사에 제한된 와이파이망을 거리까지 확대하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산업단지 입주기업이 지역을 실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주민들에는 통신비 절감효과가 돌아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1년이나 먼저 마무리됐고 구로구는 도시 전체에 무료 와이파이망이 깔린 유일한 지자체가 됐다. 주민들은 체감하는 통신비 절감효과만 매달 5000원 가량. 구로구에 이어 서울시가 무료 와이파이망 구축에 나섰고 새정부 역시 공공 와이파이 확충을 통한 통신비 절감을 5개년 계획에 포함시켰다.
◆정보통신 활용한 새로운 복지 = "구로디지털단지에 1만여개 기업이 있는데 절반 이상은 인터넷이나 앱을 기반으로 하는 곳이에요. 새 기술을 개발하면 적용을 해봐야 하는데 구로구 전체가 성공 가능성을 따지는 실험공간이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 성 구청장은 "서울시에서 상암DMC 조성업무를 담당할 때 거리나 광장 공원까지 도시 전체에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했던 경험이 있다"며 "기기만 노트북에서 휴대전화로 바뀌었을 뿐 개념은 같다"고 설명했다. 민선 4기 이후 서울 자치구마다 디지털TV를 도입, 전용 광통신망도 구축돼있어 무선접속장치만 설치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첫해 지역을 순회하는 마을버스부터 목표로 삼았다. 15개 노선 84대에 와이파이망을 깔고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디지털단지 전역에서 무료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주요 버스정류장과 주민들이 운동이나 휴식을 위해 찾는 안양천변까지 와이파이망을 확대했다. 5개 고등학교 학생들은 도서관이나 자율학습실에서 휴대전화로 교육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올해 항동 푸른수목원과 정보통신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일부 주택가 등 101곳을 와이파이구역으로 조성, 당초 내년이던 사업 마무리를 한해 앞당겼다. 얼추 구로구 전 지역에서 공공 와이파이망을 활용해 휴대전화나 태블릿PC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주민 저항이나 반대는 없었지만 해마다 복지비 부담도 버거운 자치구 입장에서는 예산이 문제였다. 자가통신망을 비롯해 가로등이나 CCTV 지지대 등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 기반시설 조성비용을 최소화했다. 지하철역 인근과 광장까지 와이파이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이동통신사업자 도움도 받았다. '정보통신을 매개로 한 새로운 복지사업'이라는 설득에 선뜻 기부에 동참했다. 서울시가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주요 사업계획에 포함시키면서는 "구로구는 조사·설계작업까지 마무리됐으니 다른 자치구보다 먼저 예산을 투입해달라"고 떼를 쓰다시피 했다. 총 사업비는 17억6100만원. 이 성 구청장은 "40억~50억원 정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적게 들었다"고 돌이켰다.
◆미래산업 실험은 구로에서 = 매달 와이파이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마을버스에서만 월 2278만원 가량 통신비용이 절감된다. 디지털단지에서는 지난 한해 51만9237명이 1만3812기가바이트를 사용했는데 통신사 평균요금으로 환산하면 2억718만원에 달한다. 주민들 71.4%가 "통신요금 절감에 기여한다"고 답했고 체감하는 효과는 5000원 가량이다.
구로구는 여기에 더해 와이파이망을 사물인터넷과 연계해 취약계층 맞춤형 디지털 복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똑똑한 행정'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 성 구청장은 "행정에 신기술을 접목해 우선 시험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할 것"이라며 "구로구를 미래산업 중심 도시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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