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명망가 아닌 이웃이 나서야"
독거남, 국가차원 정책 필요
"흔히 멘토 하면 명망가들을 떠올리지만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고 작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들이 훨씬 훌륭한 멘토 역할을 합니다."
김수영(사진) 서울 양천구청장은 50대 독거남 고독사를 막기 위해 출발한 나비남 프로젝트에서 멘토단 역할을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자치구 사업은 지역 유지, 기관장 등 명망가들이 주축이 돼 이뤄진다. 간혹 명망가의 유명세 때문에 상대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지만 대다수는 기념 촬영용 행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구청장은 "50대 독거남들은 한 두번 방문으로 마음을 열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고 전수조사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전시 행정을 펼 게 아니라면 진짜 주변 이웃들로 구성된 멘토단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반찬 만들기로 멘토단 활동을 하던 정 모(48)씨 사례를 예로 들었다.
정씨는 1대 1 결연을 맺은 독거남을 방문해 반찬을 주려고 문을 두드렸지만 세 번이나 반찬만 남겨 두고 되돌아왔다. 네번째 방문 후 드디어 50대 독거남은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덕에 20년 만에 집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멘토단 회의에서 "남편 반찬이나 잘해주지 내가 뭐하는 짓인가 그만 두려 했다가 아차 싶었다"며 "지속적인 방문과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천구에 따르면 전수조사 결과 양천구의 50대 독거남 가구가 약 7000가구에 달했다. 전국 대상 조사에서 연령대별 고독사 비율은 50대(29.0%)가 60대(17.9%), 70대(9.1%)를 제치고 가장 높다.
김 구청장은 "한때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이웃이었던 이들이 공동체 문화 실종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고독사 위험에 빠져 가고 있다"며 "50대 고독사는 개인이 아닌 사회 문제인 만큼 국가가 나서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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