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학부모 콘서트'- 경북교육청
"교사·학생·학부모가 동등한 주체될 때 교실변화"
대입제도 변화, 미래사회 경쟁력 위해 필수 … 학부모 '교육 공공성 강화' 주문
"투우장에서 싸우는 황소가 황소다운 것이 아니듯, 참다운 황소도 복원해야 하고, 참다운 공부, 참다운 학교, 참다운 교육도 복원해야 한다. 문제풀이의 포로가 되어서 일류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한결같은 목표여서는 안된다."
"인성과 창의를 갖춘 아이들이 스스로 더불어 성장하는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 그곳이 학교이어야 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노란 들꽃도 찾아야 하고, 학교도서관에서 독서의 즐거움도 만끽해야 한다. 그들이 행복하게 사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
콘서트에 앞서 정재찬(한양대 국어교육학과)교수가 '시로 꿈꾸는 교실'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19일 '2017 학부모와 함께하는 소통·공감 콘서트'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선택과목 다양화, 혁신학교 확대 등 주요 교육정책이 경북교육현장에서 안착하는 과정을 교육부와 교육청, 학부모가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사와 학부모 600여명이 참석해 교육의 변화 과정에 얼마나 관심이 큰 지를 알 수 있었다.
정 교수는 특강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기주도성,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등이 대학에서 키워줘야 할 덕목이라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우리 교육은 프로보다 아마추어를 키워야 하는데 그것이 진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콘서트 주제는 △'미래 사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을 혁신하다' △'Bottom-up(세부적인 것에서 출발하는 문제 해결) 방식으로 교육주체와 함께 성장하다' △'교실의 변화를 통해 공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찾다'로, 학부모들의 관심사항이 높은 내용을 중심으로 모았다.
앞서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대한민국 6대 교육과제'라는 주제로 학부모들과 소통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취임 6개월 동안 국민들이 교육부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충분히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중" 이라며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핵심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정책을 설계·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목표임을 강조했다.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더욱 넓혀나가고, 온종일 돌봄 체계의 질을 높이는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고교 무상교육 실현 등 초중등 학부모들의 공교육비 부담을 대폭 줄여나가는 정책을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학교를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교육희망 사다리 복원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 직업 교육 혁신 △미래 교육 환경 조성 및 안전한 학교 구현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 자치 강화에 무게를 실어 설명했다.
경쟁과 입시 중심 교육에서 핵심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바꿔나가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자 학부모들은 강연 중간 중간 박수로 답했다.
◆교육정책, 지속가능도록 해야 = 이날 참석한 학부모들과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 정책 방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 자녀에게 충분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면 교육정책도 또 바뀔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부모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불안한 심기를 들어내기도 했다.
교사들 역시 "대한민국 교육이 학생 중심 교육과정으로 개정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준비는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콘서트 토론자들은 'Bottom-up 방식'으로 한국 교육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교사-학생- 학부모'가 동등한 교육의 주체로 참여해 교실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교와 마을, 지역과 상생역량을 강화하는 집단지성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성 강화도 교육변화의 주체라고 덧붙였다.
콘서트 진행 중간 중간 학부모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경주 한 중학교 학부모는 "가장 고민이 되는 게 자녀 진로문제다. 교에서 진행하는 내용은 진로탐색이라기 보다는 직업체험 수준에 가깝다"며 대도시와 시골지역 학교간 차이가 나는 열악한 진로교육 환경을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정재천 교수는 "진로교육은 미래의 불확성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교사들도 창의적·융합적 수업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교육부-교육청-전문가 집단'이 힘을 모아 진로교육 컨트롤 타워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오현(전 서울대 입학본부장)교수가 학부모들의 고민과 우려를 한방에 날렸다. 권 교수는"현재 일어나고 있는 교실수업 혁신은 대학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대학의 생존을 위해서도 암기식 줄세우기 방식의 평가는 더 이상 의미도 없고 존재할 수 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희(계림중 학부모)씨는 "아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권오현 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자녀가 진로진학에 적절한 과목을 선택했는지, 부모와 교사의 칭찬이 공부를 시작하는 회복탄력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콘서트 중간에 학부모들은 교실의 변화를 통해 공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감상했다.
패널로 참석한 문태수 인평중학교(칠곡) 교장은 "진로맞춤형 교육과정, 학생 선택 교육과정 운영 등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래사회를 위한 진로교육을 강화하고, 기존의 서열화 교육과 입시 중심 교육을 혁신시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곤 부총리도 "미래 사회에는 고도의 창의성과 사회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가 요구된다"며 "이에 대비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으며 학점제를 통해 고교 교육을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새 교육과정은 '단편적인 지식 습득'보다 '다양한 지식을 통합하고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함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은(경북외고)교사는 "4차산업을 준비하는 미래교육은 이제 학교만의 몫으로는 부족하다"며 "가정과 사회가 손을 잡고 맞춤형으로 짠 촘촘한 교육과정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학부모인 김홍주(경북 안동)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을 이렇게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들 대학입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안심이 된다"며 "그러나 사교육 시장에서 제기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학부모 콘서트에 참석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사전 사후' 전자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정부의 교육정책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는 사전 19%에서 사후 72%로 크게 증가했다. 교육 분야 국정과제에 대한 이해는 57%에서 83%로 높아졌다. 학부모콘서트 프로그램이 '부모와 소통과 공감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60%에서 84.4%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드시 필요한 국정과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교실혁명을 위한 공교육 혁신이 30.3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아에서 대학까지 공공성 강화가 2위(19.16%)를, 고등교육 질 제고와 평생직업교육혁신이 3위(18.33%)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