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다산에게 길을 묻다│서울 노원구 '기후변화대비' 제6회 다산목민대상 수상
에너지 자립 전진기지가 되다
주민 전체가 '다음세대' 염려 실천에 동참
녹색커튼 에너지제로주택 … 지역 전체가 실험장
"이거 한번 보세요.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가죠? 사용하는 전기보다 생산하는 전기량이 많으면 이렇게 돼요."
서울 노원구 주민 김춘심(68)씨는 태양광 전도사다. 2015년 3월 구청에 들렀다가 태양광을 설치하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는 홍보물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김씨가 당시 들인 돈은 33만원. 3년이 지난 지금, 김씨는 투자금을 모두 뽑았다고 자랑한다. 김씨는 미니태양광 설치 이후 한달 전기료로 평균 8000원을 내고 있다. 설치 전의 월 평균 전기료가 2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소문이 나자 같은 아파트 이웃들도 앞다퉈 설치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태양광을 달면 효율이 더 오른대요. 아파트 옥상, 벽면을 모두 태양광으로 둘러싸면 주민들이 전기료를 오히려 벌 수 있을텐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주민이 직접 홍보에 나서고 구가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의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설치가구(3만)중 노원구 설치가구가 4617가구에 이른다.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가요" =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지구위기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으로 마을공동체 모두가 지구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후변화 대비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구청장 재선과 함께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책을 실행했다. 교육, 토론을 통해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주민 동참을 이끌어내려면 공공이 앞장서야 한다는 김 구청장의 생각은 솔선수범으로 이어졌다. 구청을 포함한 공공청사 조명 모두를 LED로 바꿨다. 옥상에는 정원과 텃밭을 만들었다. 외벽은 녹색식물로 햇볕을 가렸고 구청 마당에는 넝쿨식물로 터널을 만들었다. 구청장실 창문부터 '뽁뽁이'를 붙였다. 건물 외벽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 연간 6만4760㎾h의 전력을 생산했다.
암초도 만났다. 에너지저감주택을 공공임대로 짓는다고 하자 인근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진다며 반대했다. 에너지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주택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집자 선정 시엔 경쟁률이 약 4대 1까지 올랐다.
에너지 자립,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데다 중앙정부의 제도도 미비해 정책 추진은 어려움을 겪었다. 에너지절감 제품과 기술을 구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수차례 살피는 등 애를 먹었다.
◆자전거 타면 보험은 구에서 = 이런 노력 끝에 탄생한 에너지제로주택은 노원구 에너지 자립정책의 결정판이다. 구는 에너지 자립을 실제로 구현하고 주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21세대 규모의 에너지저감주택인 EZ공동체주택을 지었다. 지난해 11월말 건립을 완료했고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자재, 부품, 공법 모두 최신 에너지 절감 기술과 제품을 적용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서 에너지기후팀장을 지낸 신근정씨는 실증연구원 자격으로 지난달 이곳에 입주했다. 신씨에 따르면 이 단지는 외벽이 두꺼운데다 단열기능이 강한 소재로 만드어져 날이 추워도 벽이 차갑지 않다. 난방을 하지 않아도 실내온도가 27~28도까지 오른다.
난방시스템은 최적의 효율을 위해 공간과 시간을 나눴다. 방별로, 공간별로 난방이 분리돼 있고 한 시간 단위로 예약도 가능하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는 거실만 난방을 하고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안방에만 난방을 공급하는 식이다.
기본 난방도 지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저렴하다.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모아진 전기는 세대별로 계산돼 한전에 마일리지처럼 적립된다. 개인 태양광과 달리 단지 전체가 에너지절감 시스템화 돼 있다보니 여름에 쓰고 남은 전기를 겨울에 가져다 쓸 수 있다. 신씨는 "첫 관리비 고지서가 아직 나오기 전이지만 지금대로라면 난방비, 전기비가 상당히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원구 모든 주민은 자전거보험에 가입돼 있다. 구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실천으로 자전거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노원구에 주민등록이 돼있는 모든 이들의 보험료를 지불한 것. 단체장의 기후변화 대비 의지는 주민들 생활 속에 파고 들었다. 절감한 에너지 사용량을 현금성 마일리지로 축적, 지방세를 내거나 온누리상품권으로 교환해주고 대중교통 이용시에도 사용할 수 있는 에코마일리지 가입자는 최근 3년 동안 2만4000여명이 증가하는 등 10만여명에 달한다.
◆녹색커튼으로 마을을 뒤덮다 = 노원구의 또다른 상징은 녹색커튼이다. 구청 건물은 물론 공릉2동, 중계2·3동 등 8개 동주민센터와 노원정보도서관, 월계초등학교, 상원초등학교 등에 녹색커튼을 설치했다. 녹색커튼은 건물외벽을 덩쿨식물로 뒤덮어 에너지 절감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다. 구 관계자에 따르면 녹색커튼 설치 후 한여름 외부기온은 10도, 내부기온은 7~8도 가량 떨어졌다. 떨어진 온도만큼 에너지 사용이 감소한다.
정책이 지속적인 추진 동력을 가지려면 교육과 조직이 필요하다. 노원구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건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상계동 마들근린공원 내에 노원환경센터를 만들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환경을 조성, 매년 약 3만5000명이 센터를 방문해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 구청장의 의지는 노원구를 친환경 에너지 자립 전진기지로 바꿔놨다. 그는 "기후변화 대비를 미래의 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세대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힘을 합치면 노원구를 화석연료 없는 에너지 자급자족 도시로 만들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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