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학생 '희망', 상담교사들 연수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 충분히 공감"
자존감 회복 위한 시스템 구축 절실 … 숲 치유프로그램, 학교생활에 적용했으면
"나이 많은 저에게 마음을 열고 찾아와 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전양구(대전시 신탄진중학교)상담교사가 '행복한 교사 5계명'을 발표하자 동료 교사들 눈에 눈물이 고였다. 교사들이 보낸 박수는 청주 상당산성휴양림에 한참이나 울려 퍼졌다. 상담교사들이 오감트레킹 시간에 엽서에 꽃이나 나뭇잎으로 손 코팅을 했다. 이어 자신의 생각을 담은 '교사 5계명' 엽서를 완성시켜 발표했다.
4일 2박3일 일정으로 전국 상담교사 워크숍이 충북 청주 '국립상당산성자연휴양림'일대에서 열렸다. 올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숲 치유프로그램'에 교사들이 앞서 참여한 것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아이들 눈높이와 똑같이 구성했다. 참석교사들은 "선생님들이라 봐주고 잘 해주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진행 스텝들은 "식사 프로그램 숙소 등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고 답했다.
◆교사,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다 = 등산을 앞두고 몇몇 교사들은 울상이다. 등산이 귀찮고 심난한 것은 교사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지켜본 안전강사가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붕어빵이네요"라며 웃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보지만, 노련한 안전강사 눈을 피하지는 못했다. 등산 열외 자는 단 한명도 없다. 휴양림 저녁식사 자리에서 교사들은 "올라가기 정말 잘했다. 산성에 안 갔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며 참숯향이 풍기는 바비큐 요리를 식판에 담았다. 충북에서 참석한 교사는 "무릎이 불편해 걱정했는데 진달래 꽃밭 사이를 지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졌다"며 "조 멘토 대학생과 강사한테서 충분히 대접받고 존중받았다는 느낌에 마음이 울컥했다"고 전했다.
식사 뒤 저녁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휴양림 강당에 YB의 '나는 나비' 음악이 잔잔하게 깔렸다. 교사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프로그램 주제는 '꽃들에게 희망을'이다. 에코가방에 디자인을 하고 형형색색 그림과 글씨를 완성시켜나갔다. 헝겊을 덧대 작은 주머니를 달기도 했다. 한 교사는 "바느질에 집중하는 동안 신기하게도 머릿속이 개운해졌다"며 웃었다. 첫날 프로그램을 마친 교사들은 강당에 둘러앉아 평소 상담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평소 행동과 말은 낮은 자존감을 채우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들"이라며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맞춤형 치유상담과 수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단어들이 토론 주제로 쏟아졌다. '방황 절망 게임 중독 포기 우울증 이별 자살 행복 자존감 가족'이라는 단어가 아이들 입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학교와 사회가 이러한 단어를 조합해 미래사회에 적합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사들은 "공교육이 아이들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날 교사들은 "우리도 힘들다. 힐링이 필요하다"라며 입을 모았다. 오전 프로그램인 '숲 명상'에 참여했다. 주제는 '온전한 나와 만나기'로, 아이들이 숲에서 진행하는 명상수업이다. 교사들이 강당 바닥에 깔린 요가매트에 누워 지그시 눈을 감았다.
◆진달래·쑥전으로 요리수업 = "지금은 나와 내안의 나를 합체하는 시간이다. 나와 내 주변의 생명을 하나로 모아보자. 어둡고 탁한 기운 버려야 내 안의 생명이 깨어난다"고 손현주 명상 강사 설명이 강당에 퍼졌다. 명상을 마친 교사들은 "몸이 가벼워지면서 우주로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손 강사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에게 '진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맞춤형 생활지도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점심은 교사 스스로 해결했다. 김밥 떡볶이 전을 만들었다. 요리수업은 창의력과 협력 조별 소통이 잘 돼야 완성할 수 있다고 요리강사가 설명했다. 뒷산에 흐드러지게 핀 쑥, 진달래꽃을 따다 요리재료로 사용했다.
둘째 날 저녁, 강당 안에 텐트를 치고 '우리만의 공간'을 연출했다. 교사들은 '우리들의 소원나무'를 만들었다. 색종이를 찢고 날리고 소리도 질렀다. 아이들이 왜 이런 공간을 좋아하고 소리를 지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인생의 방향만 결정되면 모두가 다 1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여기 와서 깨달았다"며 "상담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참석한 김희주 교사는 "이 프로그램을 학부모 교육에 꼭 넣고 싶다"며 수첩에 적었다.
마지막 날 교사들은 금강자연휴양림을 둘러보고 비 내리는 금강 길을 걸었다. 교사들은 "숲 치유 프로그램을 '교사직무연수'로 정해 전국의 많은 상담교사들이 참여했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상담교사들은 10개가 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에 체험한 프로그램을 학교로 가져가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상담교사 연수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울산시교육청과 청소년바로서기지원센터가 주관했다.
신상옥(김천생명과학고) 교사는 "내안의 찌꺼기를 버리고 내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기억에 남을만한 연수였다"며 "특히 아이들이 '감동'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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