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먼지, 일상적 교통수송부문 관리 필요

2018-04-11 10:44:48 게재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지난 4월 6일 올 들어 첫 미세먼지 경보가 수도권 일대에 발령되었다. 최근 몇 차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경보가 발령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물론 주된 원인이 황사에 의한 것이어서 이전의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의 양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국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황사처럼 중국 등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오염물질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 였다. 정부의 발표자료 등을 살펴보면 평상시 연평균 농도에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지만 고농도시에는 그 비중이 높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오염원 관리를 잘하는 것이 소용이 없다는 논리가 공공연하게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상시 미세먼지 관리가 더 중요

그렇다면 작금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일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등에서 오염물질이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실제로는 주의보나 경보와 같은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가 매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상상태가 오염물질 확산에 유리한 상황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된다.

미세먼지 문제의 핵심은 이처럼 국내요인과 국외요인이 같이 작용하여 갑작스럽게 농도가 높아지는 고농도시 상황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평상시 미세먼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WHO가 권고한 기준인 연평균 10㎍/㎥을 훌쩍 넘어서고 있고 최근 강화된 국내 미세먼지 기준(15㎍/㎥)도 단기간에 이를 만족하기 쉽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우리는 매일매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미세먼지를 일상적으로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비상조치나 주의보, 경보와 같은 심각한 상황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매일매일 국민들이 숨쉬는 공기를 보다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매일매일 미세먼지 예보를 주의해서 보지만 정작 아이들이 타고 다니는 학원버스나 통학버스가 대부분 노후된 경유차로 운행되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미세먼지 비상조치에 따른 차량2부제나 대중교통 무료화의 효용성에 대해 갑론을박하지만 매일매일 자동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한다는 대형 경유화물차에 대해서는 오염자에게 유가보조금을 지원하는 모순된 정책이 일반화 되어있다. 건설기계 배출가스 관리 강화를 위해 정밀검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수년이 흘렀음에도 측정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법으로 강화된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를 불법으로 통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 하지만 정책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은 국제적인 온실가스 규제에 역행하여 대형차 중심의 자동차 소비시장 고착화를 부추기고 있다.

해결책을 모르는게 아니라 외면하고 있을뿐

이상의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되는 한 적어도 교통수송부문에서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 교통, 수송부문 미세먼지 대책은 적어도 적인 10년 이상 구체적으로 논의되어 왔고 고민되어 왔다. 또한 유럽의 주요 선진도시과 200여개의 도시들에서도 우리와 같은 고민의 결과 환경등급별 운행제한제도, LEZ 등과 같은 일상적인 교통, 수송부문 대기오염 관리대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책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작 중요한 일상적 관리대책의 시행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