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도리어 소속 센터 옮기며 전전긍긍"

2018-04-18 10:16:39 게재

보호 사각지대 '요양보호사'

"성희롱 피해를 당해도 요양보호사들은 얘기할 곳이 없어요. 요양기관인 센터에 말을 하면 다른 센터로 옮겨가야 해요. 지방자치단체나 보건복지부 등의 관리·감독을 받는 센터에서는 문제 기관으로 찍힐까봐 제대로 얘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구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개입을 해주면 좋겠는데 어지간해서는 현장에 나오질 않아요. 결국 피해자와 가해자가 알아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죠." … 재가요양보호사 A씨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운동이 전 사회적으로 퍼지고 있지만 요양보호사들의 성희롱 피해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여성인 요양보호사는 홀로 생활하기 힘든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집안일을 돕거나 목욕을 시켜드리고 말동무 등을 해준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요양기관에서 요양보호사를 파견하고 국가가 비용을 일정부분 부담한다.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 통한 존엄한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정작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성희롱에 고통받는 요양보호사들의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16년 인천여성가족재단의 '인천 요양보호사 현황과 지원정책방안'에 따르면 언어와 신체접촉 등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27.4%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요양보호사의 1/4이상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셈이다. 또한 50.4%가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경험이 있지만 법률상담이 지원을 받을 만한 곳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78.2%가 없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방문한 집에 단둘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성희롱을 당해도 요양보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현실적으로 미비하다는 점이다.

A씨는 "성희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청에서 이용자 면담을 하는 등 직접적인 조치를 해줬으면 한다"며 "또한 요양보호사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3진 아웃제'를 실시하는 것처럼 이용자들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처음 1번 받는 게 아니라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보호사가 보다 손쉽게 성희롱 피해를 얘기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각 지자체별로 요양요원지원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며 "요양보호사들의 성희롱 문제뿐만 아니라 처우 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요양보호서비스를 이용하는 보호자나 시설 종사자 등이 의무적으로 인권교육(성희롱 예방 교육 등 포함)을 받도록 법이 개정됐다"며 "하위 법령을 만드는 단계인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요양요원지원센터에서는 성희롱뿐만 아니라 처우문제, 인권문제 등 요양보호사들의 고충을 상담·지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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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김규철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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