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정년연장 일환으로 시행돼야"

2018-05-09 11:16:18 게재

법정 정년 60세 시대, 정년보장형 실효성 없어

"100세 시대, 초고령 사회 '정년제 폐지'가 답"

법정 정년 60세 시대가 되면서 정년보장형의 임금피크제는 이제 실효성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세 시대, 초고령 사회에 맞춰 장기적으로는 정년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해외 다른 국가들의 경우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추세다.

'정년연장, 임피제 폐지' 청와대청원 잇따라 = 9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임금피크제 관련 정년연장 또는 폐지를 요청하는 건이 30여건에 달한다.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 "청년실업보다 장년실업이 더 심각하다. 중장년실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한다"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주장이 담겨있다.

공공운수연맹은 지난달 3일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 제도인 임금피크제, 이제 당장 폐지할 것을 촉구합니다"라고 청원했다. 연맹은 청원게시판에 "일본과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60~65세 기준에서 정년연장을 실시하는 것에 비하면 한국의 60세 정년보장은 실질적 정년연장이라 간주할 수 없다"며 "IMF 이전 법적으로 보장되던 보편적 정년연령이 지금에야 다시 환원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수경기 진작과 노동력 활용 측면을 고려한다면 해외 여러 선진국 사례처럼 60세~65세 이상 기준의 실질적 정년연장을 감안한 임피제 적용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장인이며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아빠라는 한 청원인은 "청년실업이 문제라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명예퇴직 등으로 인한 장년실업"이라며 "40~50대가 되면 집중적으로 자녀들에게 큰돈이 들어가는 시기인데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줄어드는 현실"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후 빈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임피제 도입은 빈곤 노년층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동기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야만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대립적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며 "정년보장과 청년 일자리 문제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면 되는데 왜 책임을 아버지 세대로 떠넘기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년연장형도 과도기적 대안 = 학계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정년 폐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용만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년 60세가 법적으로 보장된 현재 정년보장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점진적인 정년연장의 단계를 거쳐 장기적으론 정년제 금지 또는 폐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정년 60세가 법제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년보장형 또는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둘 다 활용할 수 있고 노사 합의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다만 정년 60세 법제화 내용은 임금체계합리화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현행법에 반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호봉제 직무급제 성과급제 등 사업장과 업무 특성에 맞는 임금체계를 노사가 함께 찾아야 하는 점이 강조된다.

실제 해외에서는 정년연장 및 폐지로 가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2015년 발표한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주요국 사례'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노동시장의 활력을 유지하고 재정부담을 완화하고자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함으로써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고 있다. 독일,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조정하는 추세이며, 일본의 경우 1973년 고용대책법을 통하여 55세를 정년으로 제정한 이래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하고 2013년부터는 65세 정년제도를 시행중이다. 미국과 영국은 아예 정년을 폐지했다. 미국은 1978년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확대했다가 1986년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정년을 없앴다. 영국도 같은 이유로 2011년 정년을 폐지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4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300인 이상 사업장 2016년부터, 300명 이하 사업장은 2017년부터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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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문제된 일본 정년연장형 임피제 정착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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