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 임피제 개선 격돌 예고

2018-05-09 11:16:19 게재

노 "60세부터 시작"

사 "호봉제 수정해야

은행권 노사가 임금피크제의 개선 방향을 놓고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시기를 늦추고 정년을 연장하자는 요구를 내놓은 데 반해, 사측은 호봉제 임금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입장이다.

금융노사 상견례│금융권 노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에 있는 은행회관에서 2018년 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있다. 사진 금융노조 제공


금융산업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10일 올해 임단협 2차 대표교섭을 갖고 양측의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노사는 지난해 '4차산업혁명 대비 소위원회'와 '임금체계 개편 소위원회' 등 4개의 소위를 구성해 중장기적 과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특히 임금체계개편소위는 논란이 되는 임금피크제 운용을 비롯해 임금체계, 정년 등과 연관해 향후 수년내 은행권의 노동환경 전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소위는 사측이 요구해 만들기로 한 것이어서 호봉제의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였지만, 노조는 현재 대부분 55세부터 시작되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작 연령을 60세로 늦춰 사실상 정년을 연장하자는 요구안을 내놓아 공세적인 입장을 보였다.

금융산업노조 성낙조 수석부위원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정년은 58세였고, 정년을 연장하는 전제에서 임피제를 도입했던 것"이라며 "법적으로 정년이 60세인 상황에서, 정년을 5년이나 앞두고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임피제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사측 한 관계자는 "연차가 지나면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여서 사측은 임금피크제나 희망퇴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정부에서 성과연봉제가 문제가 됐지만 현정부도 직무급 등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적인 만큼 지나치게 경직된 호봉제를 손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기본연봉표에 따르면 대졸초임자의 경우 340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기 시작한다. 이후 행원급에서 책임자급(과장급 1호봉)에 올라서면 5650만원으로 대폭 인상돼, 20년이 지나면 8000만원 가량의 기본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각종 수당을 포함해 총연봉을 구성하는 데, 이 은행은 총급여에서 기본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측도 문제를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노조위원장은 "일부 장기근속자 가운데 근무태도나 실적에서 문제가 있으면 지금도 평가를 통해 전체 급여의 40%를 삭감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평가시스템이 절대 부족하고, 공정성 시비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호봉제를 폐지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은행권 노사가 임금피크제 및 임금체계를 둘러싸고 논란을 예고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서로 양보를 통해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4차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금융산업 전반에 무인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일자리와 임금의 합리적 해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가 커져서다.

금융노조 성 수석부위원장은 "임금문제가 단일한 사안이 아니다. 근로시간, 일자리 창출 등 여러가지 현안과 연계된 문제"라며 "금융권 노사, 필요하면 정부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통큰 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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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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