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문제된 일본 정년연장형 임피제 정착

2018-05-09 11:16:19 게재

정년보장형인 우리와 달라

고령에 적합한 업무개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일본은 성공적으로 임피제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년보장형 임피제인데 반해 일본은 정년연장형 임피제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피제를 도입한 신용보증기금도 당초 취지는 정년연장형이었다. 하지만 정년이 60세까지 늘어나는 등 법제도는 바뀌었지만 임피제 운영방식은 변화가 없어 불만이 커졌다.

일본의 임피제는 고령화 문제를 국가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박근혜정부에서 청년일자리 고용을 확대한다는 목적으로 고령자의 임금을 깎기 위해 본격화한 만큼 비교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

일본은 1994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인구는 증가하는 데 반해 청장년 인력이 감소하면서 연금 재정을 악화시켰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종전 60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 연장에 들어갔다. 당시 일본 기업 대부분은 60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어 정년 후 연금수령시점까지 5년의 기간이 문제가 됐다.

사회적으로 연금개혁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피제 도입 논의가 이뤄졌으며 몇 년간 노사 협상과 의견조율 등을 거쳐 2004년 후지전기를 시작으로 기업들이 임피제를 도입했다.

후지전기는 연금수령시점이 5년 늦춰지면서 60세 이후 취업과 안정된 수입을 요구하는 근로자측의 요구와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고령인력을 원하는 회사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임피제를 도입했다. 후지전기는 선택적 정년연장제를 운용했다. 회사 직원들은 만55세가 되면 60세 정년 또는 정년 연장을 선택하게 된다. 정년연장을 선택하면 55세부터 60세까지 임금과 상여금의 15%가 삭감된다. 하지만 61세부터는 정부의 보조금 등을 포함해 55세 연봉의 50%를 지급받을 수 있다.

산요전기도 후지전기와 마찬가지로 희망자 전원을 대상으로 55세에 신청을 받아 60세 정년을 기점으로 재고용기간에 따라 임금을 삭감한다. 직무와 관련해서는 55세부터 정년까지 원칙적으로 현직에 근무하고 정년이 끝나면 신분이 사원에서 '시니어스태프'로 바뀐다. 하지만 조합원 신분과 근로시간은 정사원과 마찬가지로 유지된다.

고령자를 위한 업무개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후지 제록스는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뉴워크 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전체 근무 시간의 30% 내에서 다른 분야 업무를 경험해보도록 하는 제도다. 영업직 직원이 직원교육을 담당한다거나 기술직 인력이 상담업무를 맡도록 하는 방식이다. 제2의 인생설계를 돕기 위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임피제를 통해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일본은 고령 인력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주요국가들도 정년연장을 통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은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싱가포르는 1999년부터 정년을 62세로 규정하면서 사용자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60세 이후 고용연장에 대해서는 임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했다. 62세 이후 근로자는 연령만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지만 임금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60세가 되는 해부터 해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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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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