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기업의 비밀│17 데어리젠

2018-08-13 10:43:50 게재

대기업도 못한 중국에 치즈수출

중국기업과 총 1260억원 공급계약 … OEM 중심에서 자체브랜드 출시

강원도에 있는 중소기업이 중국치즈시장에 진출했다. 대기업도 성공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치즈강국 유럽에도 치즈수출을 도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오메가우유'를 출시할 계획이다. 20년간 오로지 기술력으로 승부해온 성과다.
고영웅 데어리젠 대표가 지난달 26일 원주시 문막 본사에서 회사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지난달 26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 본사에서 만난 고영웅 데어리젠 대표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최근 데어리젠은 매출 10조원에 이르는 중국 유제품업계 1위 이리유업과 5년 동안 1000억원 규모의 치즈수출계약을 맺었다.

또다른 중국 유통업체 베니피규와도 3년간 260억원어치 치즈를 공급하기로 했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하는 이리유업과 달리 베네피큐에는 데어리젠 브랜드로 수출한다.

"국내 대기업들도 진출하지 못한 중국치즈시장을 개척하게 돼 기대가 크다. 8월부터 대한민국 스트림치즈가 중국전역에서 판매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모른다."

고 대표는 중국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치즈시장에 진출할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매출 380억원에 불과한 데어리젠의 자신감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에 근거하고 있다.

국내에서 치즈수출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원료(원유)가격이 해외와 3배 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데어리젠은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데어리젠은 미국 모짜렐라 치즈시장 50% 이상을 차지하는 레프리노로부터 치즈를 공급받아 자체기술로 가공해 제품을 만들어낸다.

고 대표는 "미국 치즈를 수입해 가공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 핵심적인 기술이 들어간다"며 "가공하는 과정에 20% 데어리젠 치즈가 들어가 동양인 입맛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데어리젠 치즈는 수입산 치즈의 50% 가격으로 국내 대형마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리유업이 데이리젠을 찾은 이유도 품질과 가격이 적합해서다.

데어리젠 기술력은 업계에 이미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로 후레쉬 모짜렐라 치즈, 까망베르 치즈 등 '한국형치즈'를 개발했다. 현재는 도미노피자 SPC CJ 피자헛 오뚜기 진주햄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에 치즈를 납품하고 있다.

2008~2009년 대박을 친 파란뚜껑의 서울우유 저지방우유도 데어리젠에서 만들었다. 최근 인기를 끈 미니언즈 우유, 맥도날드의 치즈스틱 선데이믹스 등도 데이리젠 제품이다.

고 대표는 데어리젠 성공 요인으로 끊임없는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꼽았다. 1999년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돈을 벌면 시설과 기술개발에 투자해 왔다. 한국치즈의 유럽수출도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를 위해 자체브랜드 '끌레베르'(Cletvelle)로 무장했다. 최근 고급 원료로 만든 크림치즈 2종 끌레베르(까망베르 에멘탈)를 출시했다. 합성보존료 발색제 인공색소 등을 전혀 첨가하지 않았다.

데어리젠은 자체 개발 우유 '끌레베르 오메가우유 1:4'를 곧 출시한다. 오메가우유에는 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 3·6가 듬뿍 함유됐다. 오메가우유는 일본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어려움도 많았다. 제품이 잘 팔리자 발주 대기업이 제조권을 가져가 회사가 휘청거렸다. 대형마트가 요구한 '1+1' 행사를 할 수 없어 퇴출당하기도 했다.

어렵게 이끌어 온 회사이기에 고 대표는 '인본주의 복지기업'을 실천하고 있다. 직원 중 40% 이상이 10년 넘는 장기근속자이다. 그는 "어려울 때 고통을 감수해 온 직원과 회사이익을 공유하는 종업원 지주사도 생각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편안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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