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 법도 무시…꽁꽁 숨은 대통령과 참모들
대통령·경호처, 수사기관 출석 거부하며 ‘관저 대치’
대통령실 참모들, 국회 불출석 … 야당 “전원 고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대통령실 참모들 역시 국회 출석 요구에 집단 불응하는 등 국회 무시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그 대통령에 그 참모들”이라고 짧게 논평했다.
8일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2차 집행이 가까워지자 사전구속영장 청구나 기소에는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또다른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 측은 사전구속영장 발부 시 진행되는 영장심사 출석 여부에 대해선 ‘경호 문제 선결’ 등의 조건을 대는가 하면 “(서부지법 말고)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관할법원 트집을 잡았다.
결국 법조계에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며 탄핵심판 결론이 날 때까지 최대한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같은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도 “대한민국의 근간인 법치주의와 국가 사법 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을 무시하기는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은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 중이다. 지난 4일 1차 출석 때는 “대통령 경호 업무로 자리를 뜰 수 없다”고 했고, 2차 출석 때는 “변호인 선임이 안 됐다”고 했다. 박 처장뿐 아니라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도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재차 출석요구를 해놓은 상태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은 계엄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질의에 집단 불출석해 비판을 샀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관계자 22명은 8일 국회 운영위 현안질의에 전원 불출석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운영위 현안질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지난달 19일, 30일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특히 정 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예정된 운영위 현안질의 때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로 운영위에 불출석했는데 당시 경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야당은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정 실장 등을 전원 고발했다. 해당 법 제12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박찬대 운영위원장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증인으로서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지만 또다시 국회에 불출석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최근 대통령실에선 강성 참모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40%대로 집계되는가 하면 국민의힘 지지율도 덩달아 오르자 여론의 향방을 두고보자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자 분위기가 약간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고무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