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창간 25주년 특별기획 - 외국인 노동자 100만명 시대
포용을 넘어 공존의 가치관 세울 때
취업자 27명당 1명이 외국인 … "갈등 줄일 사회적 합의와 제도정비 시급"
외국인 노동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8월말 기준으로 취업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102만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관광비자나 취업비자 체류기간이 지났는데도 출국하지 않은 불법체류자 32만명 가량을 합치면 전체 외국인 노동자는 130만명에 이른다.
9월 현재 전체 취업자수가 2705만명이니 취업자 27명당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공장 식당 건설현장 이삿짐센터 요양병원 농어촌 등 어디나 일손이 부족한 곳이면 외국인 노동자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일자리가 많은 공단지역 주변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외국인이 많이 체류하고 있는 지역은 경기도 안산·화성·시흥시, 서울 영등포·구로구, 경기도 수원·김포시 순이다.
6월 기준으로 경기도 안산시에 등록된 외국인수는 102개국 8만3000명이다. 2008년(3만3000여명)보다 2.5배 정도 늘었다. 2009년 전국 최초로 다문화특별구역으로 지정된 안산시 원곡동 일대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더 많이 만나는 곳이다.
구로공단으로 불렸던 서울디지털단지 주변 대림동은 '한국 최대 중국동포타운'으로 불린다. 대림2동의 경우 9300명이 넘는 중국인(80% 정도는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길게 뻗은 상가에는 '연변식당' '산서반점' 등 간판이 중국어와 함께 가득 걸려 있다. 주말이면 중국어로 떠들썩하다.
전문직에 근무하는 외국인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미숙련 단순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일하기 꺼려하는 3D 업종을 담당하고 있다. 도금 주물 주조 금형 등 뿌리산업 기업 직원의 80% 정도가 외국인 노동자로 알려져 있다. 식당이나 농사, 뱃일도 외국인 노동자가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 수가 급증하면서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불법체류와 범죄 증가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일용 건설노동자들은 '외국인 퇴출' 집회를 열기도 했다. 20~30대 젊은 외국인들에 밀려 일자리를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인상은 내국인 임금차별 논란을 불렀다.
전문가들은 한국사회가 필요에 의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인식·제도·문화가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한국사회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다. 이미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이지만 "반면 갈등도 커지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를 한국사회가 어떻게 품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