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100만명 시대 ①

"한국에서 돈 벌어 고국가서 꿈 이룰 것"

2018-10-31 10:57:35 게재

캄보디아 찬니물씨, 지하철공사장서 일하다 귀국

의사소통 편견 차별 어려워 … "그냥 참고 넘겨"

29일 오후 서울시 구로구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는 10여명의 캄보디아에서 온 노동자들이 퇴직금계산을 상담하고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해 왔다는 이들은 추위로 고생했고 더 힘들었던 것은 한국인 관리자의 '욕'이었다고 했다.

2014년 6월 외국인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 온 다호희어(33)씨는 중견 건설업체에 입사해 인천공항, 충남 천안 등지를 돌며 다리, 터널공사를 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전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 수리를 하면 월 30만~35만원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목수로 일하며 비오는 날만 쉬고 매일 일을 해 월 200만~250만원 번다고 한다. 그는 곧 최장 4년 10개월의 취업활동기간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3개월 뒤 재입국할 예정이다. 그는 돈을 벌어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 수리점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7일 오후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제8회 서울시 외국인근로자체육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물공 받기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찬니물(30)씨는 캄보디아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며 월 35만원 받았다. 돈을 벌기 위해 2015년 6월 한국에 왔다. 목수로 김포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일을 해 월 180만~190만원을 벌고 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집을 사고 지난해엔 결혼도 했다. 그는 31일 귀국해 영어선생으로 교단에 다시 설 예정이다.

◆임금높은 한국 선택 = 31일 경기 안산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에서 만난 칸다힘(32)씨는 파키스탄에서 2013년 4월에 한국에 와 반월공단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기업의 사내하청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2명의 한국인을 빼면 모두 외국인인 8~9명의 동료들과 일하고 있다.

올해 6월 회사가 계약만료로 없어지면서 취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그는 혼자 살던 자취방을 빼고 친구집으로 옮겼다. 집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자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면 보증금을 전액 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50만원만 준다고 해서 센터를 찾았다. 다행히 원청회사 직원이 사내하청회사를 인수해 계속 일하고 있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마트 약국 부동산에서 일하면서 현재 월 15만~20만원 받았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두바이 말레이시아 등으로 갈 수도 있지만 임금이 높은 한국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에서 매일 3시간씩 잔업에 일이 바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근무해 월 300만원 이상을 받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취업비자(E-9)를 거주비자(F-2)로 갱신했다. 올 3월에 결혼도 했다. 그는 회사에선 반장으로 일 잘하는 것으로 인정을 받았고 2년 전부터는 자율방범대원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일감이 줄어들면서 수입이 줄고 있다. 그는 귀국하면 마트 등을 운영할 생각이다.

인천 서구 전자부품회사에서 일하는 유광춘(37)씨는 중국 연변출신의 동포다. 2009년 방문취업(H-2) 비자고 한국에 왔다. 처음엔 일당이 높다는 건설쪽에서 일할까 생각했으나 중국에서 사무직쪽에서 일해 온 그는 전자회사를 선택했다. 회사를 3번이나 옮겼다.

일머리가 있는 그는 조장, 대리를 거쳐 팀장을 하고 있다. 일이 많을 땐 월 400만원 이상을 벌었으나 요즘엔 일이 없어 350만원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결혼해 4살된 아들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아이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정부에서 한국인에게 주는 어린이집 수업료를 외국인이라 지원받지 못해 월 40여만원 등 육아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주거비용도 높아 걱정이다. 하지만 한국생활에 적응돼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비자도 2012년 장기체류할 수 있는 F-4로 바꿨다.


◆노동허가제 보완 필요 = 20여년 전인 1993년 시행된 산업연수생제도가 인권침해, 불법 체류, 사기 브로커 등 사회적 문제로 삐그덕거리자 정부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적용하는 고용허가제로 내실화를 기했다.

이주노동자 선정과 알선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불법체류 부작용을 줄이고 산업현장에 효과적인 인력유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제도적인 보완과 사회적인 포용 과정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산 서울외국인노동자 센터 소장은 "2004년 고용허가제 시행 후에도 국내 3D업종에서는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현장에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와 임금체불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고용허가제 도입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편한 사항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업현장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이주노동자 고용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기업체 종사자 전체 수에 대비해 고용규모가 정해져 있고 일에 익숙해지는 시기가 도래하면 계속 채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72% 차별대우 경험 = 한편 경기지역 외국인근로자들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의사소통' '편견' 등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경기도 산하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발간한 '경기도 외국인 근로자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외국인근로자로 생활하면서 경험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어 중심의 의사소통, 언어문제'가 58.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인들의 편견과 차별대우'(23.7%) '한국문화, 습관, 생활방식 등 문화 차이'(21.9%) '의료비 부담'(15.7%) 순이었다.

조사는 경기도내 7개 지역 외국인복지센터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68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자 59.2%는 차별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체류 기간이 길고 자녀가 있는 경우 한국인들의 편견과 차별대우를 많이 겪었다고 응답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런 편견과 차별대우에 대해 72.2%가 "그냥 참았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갈수록 외국인 근로자들의 내 체류가 장기화하고 가족 동시 체류도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어 교육이나 여성근로자에 대한 성범죄 예방, 외국인 근로자 자녀 등에 대한 건강권 보호 등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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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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