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집 살 때 따져봐야할 법적 문제들

2018-11-09 09:21:12 게재
이충윤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요즘 장안의 화두는 '집값'이다. 국토교통부가 작년 8월 2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후 서울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정부가 올해 9월 13일 더욱 강력한 대출 규제 및 세금 정책을 내놓았으나 이미 불붙은 부동산 시장은 쉬이 잠잠해질 기세가 아니다.

내 집 마련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지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큰 돈을 지불하고 내 집을 마련하는 매수인 입장에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매매계약에서 계약금이란 계약체결시 매수인이 상대방에게 매도인에게 교부하는 금전을 의미하는데, 통상 매매대금 10%인 경우가 많다. 계약금에는 약정해제권이 유보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해약금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매매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매도인은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체결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가계약금 지급시 계약 성립 여부 살펴야

다만, 위약금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기재하는 경우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의 성질 또한 가지게 된다. 이 경우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매매계약이 해제된다면, 매수인은 손해를 증명하지 않더라도 매도인에게 그 위약금의 배액을 손해배상액으로서 청구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다.

집값의 폭등으로 인해 관행적인 계약금도 치솟았는데, 그 여파로 ‘가계약’이 유행하고 있다. 이 때, 매수인이 가계약금, 즉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한 경우, 계약이 성립했는지, 매도인이 얼마를 배상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까지 있었다면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고 판시하여, 적어도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는 경우 유효한 계약이라 인정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계약금 일부만이 지급된 경우‘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매도인이 계약금 총액의 배액을 배상해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중도금 지급 단계에서도 매도인이 변심할 수 있다. 즉 계약 체결 후에도 주택의 가격이 계속 오르니,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더라도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싶은 것이다. 이때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함으로써, 매매계약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대법원은 “시가 상승만으로 매매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매도인을 당초의 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특히 불공평하다'거나 '매수인에게 계약내용 변경요청의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고,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어서는 안 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매도인은 계약금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물론 매도인 입장에서는 중도금의 이행기 전 제공은 계약금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조항을 매매계약서에 반영함으로써 사전에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행기 전 중도금 지급해 유리한 고지 선점해야

잔금을 치르는 날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분주하고 신경 쓸 사항이 많다. 매수인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거액의 잔금을 은행을 통하여 매도인에게 지급함과 동시에 매도인으로부터 주택에 대한 등기를 하는데 필요한 제반 서류를 모두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매수할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다시 체크하고, 대금 지급 내역을 문서화하여 남겨두는 것 또한 추후 발생 가능한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선이행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매도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매수인 잔금지급의무는 민법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매도인이 새로 이사갈 집을 미처 구하지 못했다는 둥 곤란한 사정을 피력하더라도 매수인이 잔금을 먼저 치를 필요는 없다. 상호의무는 어디까지나 동시에 이행돼야 하는 것이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충윤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