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위원들 46일 '감금생활'서 해방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출제위원들도 '감금생활'에서 해방된다. 15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준비에는 출제진, 인쇄팀, 관리팀 등 총 900여명이 투입됐다. 출제위원은 물론 보안요원과 음식·세탁 등을 담당하는 지원인력, 의료진과 문답지 인쇄 담당자들까지 10월 1일부터 46일 동안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했다.
그동안 출제위원들은 수능 한달 전부터 합숙에 들어갔지만 올해는 합숙 기간이 46일로 길어지면서 최장 기록을 기록했다. 수능 당일 지진이 날 경우에 대비해 올해부터 '예비문항'을 만들기로 하면서 출제에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합숙 기간에는 외출이 금지된다.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 통신수단도 사용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도 보안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제와 관련된 내용만 찾아볼 수 있다.
수능 출제위원이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숙소에는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을 붙인다. 숙소 주변은 펜스를 두르고, 방 창문도 방충망으로 고정해 외부로 종이쪽지를 던지는 등의 일을 할 수 없도록 차단한다.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도 보안요원의 '점검'을 거친 뒤 반출한다.
이처럼 삼엄한 분위기의 합숙에서 출제위원들은 문제를 만들고, 반복되는 토론을 거쳐 수능 시험지에 들어갈 문제를 뽑는다. 입시 서적·기출문제지·교과서·참고서 등 수천권의 책을 뒤지면서 기존에 너무 흡사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창의적이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문제가 채택되지 않아 받는 자괴감, 자신이 낸 문제에 오류가 있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 등으로 굉장한 스트레스을 겪는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지난해 출제위원들은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되면서 예상치 못하게 감금생활이 일주일 가량 길었다.
출제위원들이 받는 수당은 한 달 남짓한 합숙에 1000만원이 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고사하는 이들도 많다. 출제위원들은 이날 장애학생 등 특별관리 수험생들이 마지막 응시영역 시험을 시작하면 감금생활을 마치고 숙소에서 '해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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