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염 노출 인구 급증 공공보건 의료체계 한계 직면"

2018-11-29 10:56:11 게재

보건연구공동체 '란셋'

지난해 폭염에 노출된 인구는 2000년보다 1억5700만명 많았다. 사람들이 한해 동안 겪는 폭염일수도 1.4일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이 이미 심각하며 현 추세가 계속되면 공공보건 의료체계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 런던대 등 전 세계 27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보건 관련 연구 공동체인 '란셋 카운트다운(란셋)'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Shaping the Health of Nations for Centuries to Come'을 28일 발표했다. 41개 개별 지표를 △기후변화와 영향, 노출 및 취약성 △건강을 위한 적응, 계획, 회복력 △감축 조치 및 건강 상의 공동이익 △재정 및 경제 △공공성 및 정치적 참여 등 5가지 영역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폭염에 노출된 사람의 수는 2016년보다는 1800만명 많았다. 폭염으로 노동시간도 감소했다. 2017년 노동 시간은 1530억시간 줄었다. 2000년보다 손실 시간은 620억시간 이상이다. 중국의 경우 210억시간이 줄었는데 이는 중국 노동 인구의 1.4%가 1년간 일한 시간과 맞먹는 수치다. 극단적인 기후 현상으로 지난해 세계 경제 손실액은 32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이번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는 2016년보다 약 3배 많은 규모다.

란셋 학술지의 공동 의장이자 런던 대학의 휴고 몽고메리 교수는 "폭염에 노출되는 정도와 취약성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고 그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열 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하며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노인층을 비롯해 심혈관계 질환, 당뇨나 만성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의 초기 영향으로 흔히 나타나는 열 스트레스에 대해 보건 시스템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열 스트레스란 신체의 방어기제가 체온 상승을 막지 못할 때 발생하는 질병을 포괄하는 말이다. 일사병, 열사병 등이 이에 속한다.

올해도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더운 날씨를 보였다. 이번 보고서에서 조사된 478개 도시의 51%는 폭염이 발생했을 때 공중 보건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사된 지역의 65%는 이미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한 검토를 마쳤거나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기후 변화 적응 분야에서 보건과 관련된 예산 비중은 전체의 4.8%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크리스 에비 워싱턴대학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는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며 기온이 상승하면 그로 인한 사망률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폭염 조기 경고 시스템 등에 투자해야 한다"며 "나아가 취약 계층에 대한 파악과 이들에게 폭염 발생 시 필요한 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란셋 학술지의 공동 의장이자 WHO의 전 국장인 안토니 코스텔로 교수는 "전 세계는 아직 효과적으로 배출가스 감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추세라면 우리는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카본 버짓(탄소 예산)을 2032년이면 모두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이상으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건강 피해는 우리가 가진 비상 의료 서비스 체계를 훨씬 압도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