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는 행복열차 - 수능스트레스풀기│대전 노은고등학교

"해양환경문제, 친구들과 상상력 동원해 풀어봤어요"

2018-12-05 11:27:03 게재

'국립해양생물자원관'서 미지세계탐구 … "상상은 곧 현실이 될 것"

"바다 이해하는 여행 … 해양은 인류가 지켜야 할 자산"

“수능은 끝났지만, 수능스트레스 때문에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여행에서 시원하게 풀었어요”

'상어는 살아있다'│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을 찾은 대전 노은고 3학년 학생들이 바다어류관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전 노은고 3학년 학생(30명)들이 1박2일 일정으로 ‘숲으로가는 행복열차’에 몸을 실었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주제를 안고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수능 스트레스를 날렸다.


학생들은 생태해설사를 따라 생물자원관 속으로 빨려들었다. 천정에 달린 사람 키 보다 큰 상어박제를 보고 입이 벌어졌다. ‘기수지역’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생태해설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바다 숲에서 살아가는 갯민숭이, 군소, 바다달팽이와 같은 무척추동물들은 해조류 엽체에 붙어 산란한다는 것도 알았다. 봄의 바다 숲에서는 오징어떼가 낮은 해역으로 이동, 해조류에 길쭉한 알을 산란하는 자료를 신기한 듯 살펴봤다.

학생들은 식물성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들면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부유성 단세포 생물인 식물성플랑크톤. 식물성플랑크톤은 세계해양의 일차생산자로서 해양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설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일차생산자와 그 상위의 영양단계 생물의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동물성플랑크톤 중 요각류는 초식과 잡식, 육식성으로 나뉘고, 양적으로 가장 풍부한 그룹에 속한다는 설명에 휴대폰 카메라로 자료사진을 찍었다.

5억년전 지구상에 최초로 출현한 척추동물이 어류라는 것도 배웠다. 어류는 척삭동물로부터 진화됐을 것이라 추정하는데 현재 3만여종 이상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척삭동물(척삭은 대부분 연골이나 경골로 이루어진 척추로 바뀌지만 평생 척삭이 남아있는 동물도 있음)이 척추동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해양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설명에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했다.

학생들은 해양환경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박준형 군은 “과학의 발달과 인간의 욕심이 해양쓰레기를 발생시키고, 결국 위험해진 해양은 다시 인간에게 위험요소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생물자원관은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총 846종, 약 7500점의 다양한 해양생물 표본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다선인장, 가는바늘산호, 물렁가시 붉은새우 등 이름처럼 생김새가 신기한 생물 표본들이 가득하다. 호기심을 넘어 전문 연구영역에서나 볼 수 있는 자료와 시설도 갖춰져 있다.

‘시드 뱅크’ 안에는 표본의 분류군·국명·학명·채집지·채집일시 등을 알려주는 첨단 영상기기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해양생물 표본 관찰의 정밀도를 높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청새치 표본을 보고 소설 속 ‘노인이 바다’에서 벌였을 혈투를 머릿속에 그렸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와 앵무조개, 처음 보는 비단군부, 털군부, 따가리 등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적거나 사진을 찍었다. 립스틱 원료로 사용하는 흰이빨참갯지렁이, 200v 전기를 생산하는 전기가오리 등 생물 설명에 관심을 보였다.


◆ 우리 상상력, 언제가는 현실로 나타날 것 = 씨큐리움을 둘러본 학생들은 조별 미션 수행을 위해 토론에 들어갔다. 토론 주제는 조별로 결정했다. 주제설정 과정에 인솔교사나 강사, 스텝들이 도움을 주거나 개입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온갖 상상력을 동원했다. 1조는 ‘생명과학’에 해양을 접목한 ‘해양생명과학’을 주제로 정했다.

플라스틱, 스티로폼, 유전자 변이 조합, 해양생물, ICT(정보통신기술), 지구온난화 등 생물자원관에서 보고 들은 것들과 학교에서 배운 단어들을 쏟아냈다. 토론의 결론은 ‘해양환경의 중요성’과 ‘대안은 무엇인가’로 좁혀졌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해양문제를 자세히 배운 적은 없지만, 지구과학에서 맛보기로 해양을 배운 것에 온갖 상상력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박시형(노은고 3학년2반)군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해양의 중요성과, 최근 지구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특히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해양환경 문제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상상력을 동원한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조 과제 결과를 발표했다.

해양오염 측정 물고기

1조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해 해양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사용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고, 해양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생산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조 학생은 “생장이 빠른 미세조류를 활용해 화석연료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생물 유전자 바코드를 개발해 종을 분류하겠다는 학생은 “외래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를 이용한 생태계 오염농도 측정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발표에 박수가 쏟아졌다. 형광송사리를 통해 바닷물 오염농도를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자세히 그림까지 그렸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생물을 개발해 바다오염을 처리하는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현실성이 높은 대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2조는 ‘인어가 육지에서 살려면 필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상상력 동원에 나섰다.

토론은 제법 진지하게 돌아갔다. 수압 호흡 음식 이동수단 등 다양한 호기심과 의문들을 쏟아냈다. 학생들은 “인어문제를 풀려면 해양과학을 배워야 할 것 같다”며 “처음 접해본 해양 이야기가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아예 해양생물을 이용한 ‘풀 코스’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룡스프부터 쥐가오리 꼬리요리, 해초요리 등 상상을 초월한 요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농게를 활용한 스위스 전통 음식 ‘퐁뒤’를 설명하자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종류별 새우요리와 개복치를 메인 요리로 삼은 이유를 묻자 ‘다음기회’로 넘겼다.

해양생물의 진화과정을 도감처럼 만든 학생들. ‘심해어’를 주제로 삼았다. 지구생물 80%가 바다에서 서식한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미래 해양생물의 진화로 인해 문팽이(문어와 달팽이), 해마도스, 조게(조개와 게), 피시덕(오리물고기) 등이 나타나지 않겠냐며 상상속의 바다생물을 스케치북에 그렸다.

앞서, 노은고 학생들은 국립생태원에서 여정을 풀었다. 생태강사를 따라 ‘제인구달 길’을 걸으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힐링을 즐겼다. 저녁 프로그램인 ‘진로특강’은 미래 진로와 직업군 변화 여행으로 안내했다. 학생들은 “수능 치르느라 고생했다고 여행까지 보내준 김승태 교장쌤 고맙습니다~”라며 깔깔댔다.

정하륜(노은고 3-4반)군은 “바다를 이해하는 유익한 여행이었다. 당장 해양관련 전공을 선택하기는 어렵겠지만, 인류가 1% 밖에 개척하지 못하고 나머지 99%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해양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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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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